신달자 ‘열애’ 전문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상처를 가지고 노는 나이란 대체 몇 살인가. 이쯤 되면 상처는 화투 패나 마찬가지다. 우리 엄마가 하루 종일 떼고 또 떼던 재수패. 쭉 늘어놓았다가 쓱쓱 섞어서 다시 늘어놓기를 반복하던 화투 패. 상처를 가지고 놀 나이라면 쓰라린 추억은 물론 병(病) 정도는 너끈히 가지고 놀아야 한다. 화투짝 같은 파스와 반창고, 방바닥 대신에 팔뚝이나 무릎 정도는 기꺼이 대주면서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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