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퀸즈 플러싱 한인 밀집지역 한복판에 발생한 아파트 가스폭발 사고 소식을 접한 한인사회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아파트에 거주하던 한인을 비롯한 주민들은 사고가 발생하자 2001년 맨하탄에서 일어났던 9·11 테러의 공포를 떠올리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와 긴급 대피했다. 피해 아파트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상자가 늘어나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가 하면 앞으로 생활에 대한 걱정에 막막해 했다. 폭발 굉음을 듣고 사고 현장에 몰려든 지역 주민들도 끔직한 상황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수백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라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고 아파트 2D에 5년간 살았다는 김일출·김흥숙씨 내외.
사고 당시 주차 중이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3층 유리창이 깨지며 방충망, 그리고 옷가지들이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순간 아수라장이 됐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웃주민 김덕수씨가 맨발로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그를 도우러 가다가 유리창 파편이 바닥에 많아 다칠 것을 우려, 차를 몰고 와 그를 데려갔다.
두 달 전 건물에서 불이나 가스 파이프 교체작업이 한창이었는데 갑자기 폭발사고가 났다. 화재 사건 후 한 달 정도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샤워도 못하고 물을 데워 쓰기도 했으나 다행히 물은 얼마 전 부터 공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부엌살림을 할 수가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오늘(25일) 오전 콘에디슨 차가 건물 앞에 주차해 가스 파이프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봤다.
경찰들이 인근 JHS 189 중학교에 임시 피난처를 마련했다고 해서 일단 모두 이곳으로 왔다. 여기서 오늘밤을 지내야 하는 건지 언제 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건물이 위험하다고 해서 모두 이곳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사고 아파트 3P에 살고 있는 김덕수씨.
사고 나기 30분 전쯤부터 가스 냄새가 났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 탈출을 시도했다.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신발도 못 신고 뛰쳐나왔는데 비상계단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행히 폭발의 충격으로 뒤로 물러난 에어컨 공간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비상계단을 이용해 정신없이 3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바닥이 깨어진 유리로 가득해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다행히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큰 상처 없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JHS 189 중학교에 와서 적십자사의 도움을 받아 발에 입은 상처를 치료받았다.
◎사고 아파트 5P에 3년 전부터 남편과 아들과 살고 있는 손정자씨.
이미 지난 6월11일부터 가스와 온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거의 두 달 동안 요리를 하지 못해 음식은 매일 나가서 사먹었고 이동식 조리기를 이용해 간단한 요리만 해 먹었다. 아파트가 오래된지라 가스 시설에 대한 보수공사가 어려워서라고 생각했다. 사고가 나긴 전날 24일부터 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스 설비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가스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 당일, 일터에서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에 가스가 폭발해 불이 났다고. 급한 마음에 오후 5시께 집으로 급히 달려오니 아파트 전체가 검게 그을려져 있었고 창문은 모두 깨져있었다. 경찰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 집안의 정확한 피해상황은 알지 못하지만 창문 밖에서 본 집안의 피해상황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았고 창문이 깨져있었고 에어컨이 비스듬히 밖으로 빠져나와있었다. 다만 집안 금고에 현금이 모두 있는지라 불안한 마음이 들어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사건 현장에서 2블럭 밖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목격자 김계남씨.
사고 당시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꽝’ 하는 굉음이 들렸다. 잠결에 타이어가 터진 소리라고만 생각했다. 20여분이 지났을까 사이렌 소리가 앞다투어 들리기 시작했다. 궁금한 마음에 집을 나와 소방차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 보니 샌포드의 한 아파트가 화마에 검게 그을려 있었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기침을 하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어떤 이는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곧바로 쓰려지는 이도 있었다. 소방관들은 소화관에 호수를 연결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응급요원들은 밖에 나와 있는 이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어떤 히스패닉 남성은 건물 안에서 들것에 실려 나와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잠시 뒤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고 사고 현장은 폴리스라인으로 봉쇄됐다. 이후 굉음에 놀란 지역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주변 도로 역시 봉쇄됐다.
◎사고 아파트 2P에 살고 있는 피해 외국인 데니얼 칼카모(18·펜실베니아 라르넬리 고등학교 10학년)양. 사고 당시 식료품점에 가느라 1층에서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꽝’ 하는 굉음이 들렸고 천정에 달려있던 형광등과 벽에 걸려있던 액자 등이 5초가량 계속해서 떨어졌다. 정신없이 빠져나가다 위에서 떨어진 알 수 없는 물체에 맞아 넘어졌고 순간, 바닥에 깨져있던 유리를 손과 무릎으로 짚어 부상을 입었다.
◎사고아파트 4P에 살고 있는 앤드류 로드리게즈(18·켄틀타운 고등학교).
사고 바로 직전에 부엌에 있었는데 가스 냄새가 났다. 하지만 아파트가 너무 낡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지나쳐 넘겼다. 이런 일이 전에도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샤워를 하던 중 폭발음을 들었고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아파트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하고 정신도 없어 쉽게 나올 수가 없었다.
사건 직후에도 엘리베이터는 작동하고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이후 엘리베이터를 탔던 어떤 이는 엘리베이터에 갇혀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들었다. 이 아파트에는 중국인을 비롯, 한국인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사고가 난 2층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침에 일을 나가는 사람인지라 사고로 인해 다쳤을 것 같지는 않다. 다행이 나 역시 다친 곳은 없다.
◎목격자 리처드 D 맨더슨 스쿨 버스 운전사.
근처를 지나가던 중 147가 근처의 도로가 봉쇄된 것을 알았다. 궁금증에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펴보니 사고 아파트의 창문이 모두 깨져 있었다. 가까이에 가서 살펴보니 건물은 폭탄이 터진 듯한 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화재는 모두 정리된 상태인 것 같았다. 소방관들이 건물 안에서 호수로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고 불에 탄 물건들을 창밖으로 집어 던지고 있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인도계로 보이는 가족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며 망연자실 한 모습으로 바닥에 딸과 함께 주저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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