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지진의 규모를 표기할 때 사용하는 ‘리히터 스케일’은 한인타운 인근에 소재한 칼텍의 찰스 프랜시스 리히터가 지난 1935년 고안한 것이다. 리히터 스케일 이전에 사용되던 지진 규모 표기 방식은 소위 ‘메르칼리 스케일’이라는 것이었다.
메르칼리 스케일은 지진이 일어나는 동안 그 크기를 측정하고 지진 피해규모를 파악한 후 재해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 지진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주관적인 면이 강하고 같은 지진이라도 지역에 따라 규모가 들쭉날쭉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리히터 스케일은 지진이 일어나는 동안 발생한 에너지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으로 진앙에서의 크기를 측정하기 때문에 하나의 지진은 하나의 크기만을 갖게 된다.
리히터 스케일 규모 1.0의 지진은 TNT 폭약 60톤의 힘과 같으며 지진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30배씩 증가한다. 즉 리히터 스케일 6의 지진은 5보다 30배 이상 강력하지만 4보다는 무려 900배 이상 강력하다는 말이다.
한동안 지진 공포를 잊고 살던 남가주에 29일 리히터 스케일 5.4의 지진이 엄습했다. 예기치 않던 지진에 주민들은 크게 당황했으며 공포심을 느꼈다. 전문가들이 앞으로 30년 안에 규모 7.8의 ‘빅원’이 남가주를 강타할 확률이 99%라고 경고해 왔지만 별일 없이 하루하루 지나가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하지만 29일 지진은 ‘빅원’을 상기시키는 ‘리마인더’ 역할을 했다.
29일 지진은 규모 5.4 치고는 요동이 심했다. 지층 얕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8 지진은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7.8이 29일 5.4 지진보다 3,981배나 더 강력한 지진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쉬 상상이 되지 않는 파괴력이다.
지진과 관련한 가장 큰 공포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고작해야 빅원의 경우처럼 장기적인 확률로 언급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 1990년 11월 말 아이벤 브리우닝이라는 사람이 세인트루이스에서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자 일부 세인트루이스 주민들이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가는 혼란이 발생했지만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세기에만도 세계 곳곳에서 이런 해프닝이 있었으나 예측이 맞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과학이 발달하고 있음에도 정확한 지진 예측이 불가능 한 것은 지진의 물리적 메카니즘이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지층 속의 조그만 움직임은 나비효과처럼 다른 단층에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정확히 예측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그러고 본다면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뿐이다. 철저한 대비가 그것이다. 29일 지진의 진앙지인 치노 힐스는 노스리지 지진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신생 커뮤니티이다. 건물들이 방진 기준에 맞춰 지어졌다.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허술한 건물들이었다면 규모 5.4의 지진이라도 대부분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또 평소 지진대비 훈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막상 지진이 강타하면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지진을 겪으면서 체계적인 대비훈련의 숙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29일 지진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지만 빅원에 대비한 면역주사를 한대 더 맞은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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