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애숙 ‘건너뛰는 밤’ 전문
5월 무논은 울음을 키우고
울음과 울음 사이에 길이 있다
울지 않고는 개구리밥처럼 벌어지는 나도
두 발 벗은 너도 걸어갈 수 없으리라
사랑은 울음통을 따는 것인가 캄캄하게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쏟아 붓는 소낙비처럼
한참을 와글거리다 이내 조용해지는 것인가
길섶에 멈춰 등을 구부리는 사람아
죽을힘으로 우는 것들 저 어룽진 무늬
들여다보려 애쓰지 말자
뒤집히는 바닥이 너무 척척하다
목 쉰 것들이 질펀하게 밤을 휘저을 때
길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이별은 이미
풀잎보다 얇은 귀를 열고 있다
한 생의 논두렁을 건너뛰며
누군들 속 시원히 울음통 한번 때려봤겠나
가릉거리는 나를 뭉개며 이지러지는 달이 멀다
“죽을힘으로 우는 것들 저 어룽진 무늬/들여다보려 애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그것이 곧 우리네 인생과 다를 바 없는 까닭이다. 개구리들이 배를 대고 우는 척척한 밑바닥과 우리네 밑바닥이 다르지 않다는 것.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사람들 한자리에 몇 천 명쯤 모이게 하고, 꼭꼭 잠가버린 울음통을 따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 눈물샘들 말라버린 지가 언제인지, 펑펑 우는 사람이 보고 싶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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