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 ‘울음 곳간’ 전문
딱따구리는 애벌레를 만나기 위해
나무를 쪼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녀석은 순전히 나무의 가장 안쪽 심장부인
나무의 자궁에 울음 곳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이테라는 시간의 둥근 지층에
울음 곳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여름 천둥 번개가
계곡에 쏟아 부었던 구름의 울음
심지어 양지에 모여 참새처럼 오글거리던 어린 명아주까지
이 산 저 산 침묵을 물어다가 저장하기 위해
울음 곳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집에도 딱따구리가 살고 있다
따다다다다다 따발총을 쏘는 아내의 수다도
입 닥치라는 아내의 수다도
사실은 제 몸에 울음 곳간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 것들은 울음 곳간 하나씩을 갖고 있다. 딱따구리는 나무의 가장 안쪽 심장부인 나무의 자궁에 울음 곳간을 갖고 있고, 천둥 번개의 울음 곳간은 계곡에 있고, 어린 명아주까지도 울음 곳간을 갖고 있다면서, 시인은 아내의 수다와 잔소리에 대해서 이해한다. 딱따구리가 “나무의 자궁에 울음 곳간”을 만들었듯이, 은밀한 몸속에 울음 곳간을 만든 아내 역시 딱따구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 정도의 남편이라면 갱년기 아내의 울음 곳간은 끄떡없겠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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