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통해 인간은 한계에 도전해 왔다.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쟁하는 올림픽이야말로 새로운 기록 탄생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무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4만2.195km를 뛰는 마라톤의 경우 현 세계기록은 2시간4분26초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우승했을 때 기록이 2시간 29분19초였으니 71년 동안 25분 정도가 단축된 셈이다.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은 날씨와 컨디션, 코스 등 모든 조건들이 완벽할 경우 1시간57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적인 가정일 뿐 2시간 벽을 깨는 일도 지금으로선 요원해 보인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5m 5cm를 뛰어 넘어 또다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 과학자들이 보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인간한계는 5m10cm이다. 이신바예바는 여기에 불과 5cm차로 근접해 있다. 밥 먹듯이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신바예바의 페이스로 볼 때 전문가들이 설정한 한계는 머지않아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미녀 새’ 자신도 5m15cm까지는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스포츠 종목은 역시 남자 100m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마이클 펠프스와 함께 최고의 스타로 또 오른 자메이카의 우세인 볼트는 100m에 이어 200m에서도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했다. 볼트는 특히 100m 경기서 여유 있게 뛰면서도 세계 신기록을 작성,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그가 세운 기록은 9초69였다.
첨단과학을 동원해 그동안 가장 잘 달린 선수들의 주법 상 장점들만을 모아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9초50까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 세계 신기록과 인간 한계 시간과의 차이인 0.19초가 일상에서는 찰나인지 몰라도 육상 100m에서는 쉽게 단축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볼트는 인간 한계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여유 있는 표정으로 스타트 선상에 서고 여유 있게 달려 가볍게 신기록을 세우는 볼트는 천재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볼트의 옆 레인에서 죽어라 뛰는 선수들도 다 내로라하는 건각들인데 그와 함께 달릴 때는 왠지 왜소해 보인다. 200m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던 마이클 존슨은 볼트가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런 장담은 20일 경기에서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올림픽의 공식 표어는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힘차게’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이런 표어가 결코 무색하지 않은 무대이다.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어낸 수영의 펠프스, 육상의 볼트, 여자 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 같은 스포츠 천재들 때문에 세계인들은 행복했다.
인간의 한계를 향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간들은 한계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계로 여기고 있는 것에 도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