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향우회가 시끄럽다. 회장 선출을 둘러싼 분란 때문이다. 이슈는 회장 당선자의 정체성 문제다.
김경학 당선자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그가 비(非)영남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광고에 기자회견까지 열어 추천위의 결정을 무효라 선언하고 별도의 새로운 추천위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추천위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고 있다. 회칙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했다는 반박이다.
누가 옳고 그르던 영남향우회가 두 쪽 난 것이나 마찬가지 형국이 됐다. 이들의 오고 가는 말이 거칠어지는 가운데 신문사에는 낯 뜨겁다는 영남인들의 전화가 폭주했다.
어떤 이는 “향우회 한다는 사람들이 영남인 망신을 다 시키고 있다”며 “쓸데없는 향우회는 해체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안 그래도 ‘일은 안하고 목소리만 크다’는 소릴 들어온 영남향우회에 대한 소리 없는 영남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반대파와 추천위의 ‘정당성’ 난장판에 한인사회에서는 “속 보인다”는 비아냥거림도 흘러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회장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올 11월 있을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선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미는 연합회장 후보를 위해 향우회를 장악하려는 계산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향우회는 애초 동향인들끼리 이민생활의 시름을 나누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그 단체의 회장 자리는 그야말로 향우들을 위한 명예로운 봉사 직이다. 그럼에도 향우회가 감투를 위한 장으로 변질했다는 것은 씁쓸하다. 더군다나 한인연합회장 선거와 연루된 것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향우회의 존재 가치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파와 추천위는 누워서 침 뱉기를 그만 두고 서로 사심 없는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영남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전투구를 그쳐야 할 것이다.
나아가 자의적 해석의 소지가 있는 ‘영남 출신’이어야 한다는 회장 자격 규정을 바꾸고 김경학 당선자는 청문회 공약대로 추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향우회를 이끄는 사람들이 ‘딴마음’을 갖고 영남인의 분열을 계속 조장한다면 그들이 퇴출 1호가 될 것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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