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간은 그래도 잠시나마 세상걱정을 뒤로 하고 마냥 행복했다. 허나 이제는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
화려함과 감동으로 가득했던 제29회 2008 중국 베이징 올림픽이 폐막한 후 다시 피부로 느껴지는 어려운 경제적 현실 속으로 돌아온 뉴욕·뉴저지 한인들이 왠지 모를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전하는 금·은·동메달 소식에 눈과 귀를 고정한 채 밤잠 설쳐 응원하면서 기쁨과 아쉬움을 나누는 동안에는 오랜 불경기로 힘들었던 경제적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지만 폐막과 동시에 엄습해오는 냉정한 현실이 못내 두렵기까지 하다.
플러싱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경주(45)씨는 “폐막 바로 다음 날인 25일 하루 동안은 손님이 찾지 않는 한가한 시간을 견뎌내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10여 년간 장사하면서 요즘 같이 힘든 적이 없었는데 그나마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열심히 응원도 하면서 모처럼 에너지를 쏟아 부을 곳이 있어 좋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허탈할 뿐”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올림픽 기간 동안 가슴 뭉클함을 전해줬던 애국가 연주를 떠올리며 요즘 들어 애국가를 흥얼거리는 새로운 버릇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올림픽 열기에 한껏 빠져있었기에 그 허탈감은 더 크다고.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 박태성(35)씨도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업소를 찾을 때마다 불경기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며 한숨만 늘어놓던 고객들이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영업사원이 찾아가도 눈치주지 않고 반갑게 맞으며 함께 올림픽 소식을 나눴는데 이제는 다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고객업소를 찾기가 한층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올 가을 유치원에 입학하는 어린 아들을 둔 박씨는 그나마 올림픽 덕분에 미국에서 태어난 첫 아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하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알아보게 된 덕분에 자연스런 뿌리교육의 효과를 얻게 된 것이 다행이라며 나름 위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여름 무더위에 나태해진 자신들을 추스르려는 한인들도 눈에 띈다. 프레시 메도우에 거주하는 이진관(28)씨는 올림픽이 끝나면서 바로 헬스클럽에 등록한 케이스. 이씨는 “한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다보니 생활도 느슨해지고 건강관리도 소홀해진 것 같아 이참에 아예 건강 챙기기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냉정한 현실만은 외면할 수 없는 뉴욕·뉴저지 한인들의 올림픽 후유증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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