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를 위해 학생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경쟁이 치열했기에 인터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은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다리를 떨면서 음악을 듣거나 큰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학생이 책상 앞에 숙연히 앉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라 금방 눈길을 끌었다.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학생의 자세는 밀레의 유명한 그림 ‘만종’과 같이 잔잔한 여운을 필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겼다.
기도 자체만 가지고 삶의 태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기도를 하는 사람과 않는 사람이 삶을 사는 자세는 많은 차이가 난다.
기독교든 불교든 기도는 믿는 분과 일대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모든 기도는 반드시 응답을 받는다고 한다. 그 응답이라는 것이 바라는 바와 같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간절히 기도함과 동시에 최선을 다한 후에 마침내 그 일이 원하던 대로 되었다고 가정하자.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기도가 응답 받았다고 믿고 감사한다. 하지만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모든 일에는 결과가 생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믿는 사람과 단지 노력과 운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세계관은 많이 다르다. 특히 원하던 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는 더욱 그렇다.
기도를 하는 사람은 더 좋은 것을 나중에 주실 거라 믿고 감사히 받아들이는 반면에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은 노력이 충분치 않았거나 그렇게 되지 않을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도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만 따져 본다면 자기 암시 혹은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자기 암시라 치더라도 분명 나쁜 것만이 아니고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도는 자기 암시를 넘어서 믿는 분께 초자연적인 힘을 갈구하는 것이다. 기도를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인생이라는 것이 최선만 다한다고 항상 꿈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기도를 하는 사람은 최선에다 초자연적인 힘을 더하고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운이나 다른 것을 기대한다. 시련의 날이 찾아오면 기도하는 사람들은 믿는 분께 의지해 힘든 시간을 넘기지만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거나 혼자서 힘든 시간을 견딘다. 유혹이 찾아오면 기도하는 사람은 믿는 분의 말씀대로 이겨내지만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양심에 의존한다. 때로 외로움과 절망이 음습하면 기도는 사랑과 희망을 불러오지만 기도를 모르면 혼자서 이겨내야 한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캠퍼스에는 신입생들로 가득 찼다.
덩치는 말같이 크지만 평생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철없는 아이들을 캠퍼스에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부모의 속은 불안하고 애처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잔소리하며 보호해 주던 시간들은 이제 다 지나갔다. 우리아이들이 혼자 집 떠날 때가 왔을 때 부모들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기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혼자 최선을 다 하고 시련을 이겨내며 유혹을 견디고 외로움과 절망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기도는 차가운 이성이 주지 못하는 능력을 아이들에게 준다. 또한 아이들의 기도는 멀리 떨어진 부모에게 평안을 준다. 기도는 부모와 아이들의 묶어 주는 보이지 않는 동아줄이 되어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