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하지만 난 골프를 친다. 시간이 없어 쫓기다가 잠깐의 여유로 짬을 내 나가다보니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하고 당일 날 골프장으로 나가 한 사람이 부족한 팀에 끼어 나가게 된다.
돈 있고 시간만 있으면 하는 다른 취미생활보다 골프는 좋은 친구까지 있어야 하는 예절을 기본으로 하는 고급 사교성 취미생활이란다. 특별한 4명의 친구들과 나가지 못하는 내 경우에는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는 좋은 점이 있는 반면, 점수에 급급해 성질을 부리거나 남이 치기도 전에 먼저 앞으로 가서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좀 예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여유를 찾으러 나간 그 긴긴 시간이 지옥으로 변하는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즉석에서 만나 새 팀을 이루어 티오프를 하게 되면 먼저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 하며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눈치를 보게 된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보면 당연히 볼을 치기보다는 볼에 끌려 다니며 자신들의 게임에 방해가 될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다. 우리 팀의 경기진행이 좀 느려지면 또한 당연히 장애인인 내가 시간을 지체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앞 팀이 우리의 공에 맞지 않을 정도로 멀리 갔을 때 공을 쳐야 하는데 프로선수들이나 골프대회에서 잘 친 사람이 다음 홀에서 먼저 치도록 하는 것이 규칙이란다. 하지만 일반 골프장에서는 게임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공이 멀리 나가지 않는 사람이 먼저 치는 것이 예의다.
그러다보니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는 누구의 공이 짧은지를 모르니까 우선 여자들이 먼저 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앞 팀이 진행해 나가는 거리를 보고 스스로 알아서 공을 치곤한다. 그러나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애가 있는 나에게 먼저 치라고 권유 겸 양보를 한다.
왜 스스로 알아서들 치는 것을 나에게는 먼저 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것일까?
바로 선입견이다. 선입견에서 나아가 조금만 더 있으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장애인은 당연히 직장도 없고 정부에서 주는 생계보조금으로 살아간다는 편견으로 대화자체를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은 참 장애인이 살기 좋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나라에서 주는 집에서 생계보조금으로 살아가고 골프를 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치니 얼마나 편안하냐는 말을 너무 자주 듣는다.
하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이라면 주말이 아닌 주중에 공을 치러 나오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면 주중에 나와 골프를 치는 자신들도 실업자들이란 말일까? 우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웃을 너무도 쉽게 선입견과 편견으로 자신과는 별개의 사람으로 이야기를 한다.
여러 민족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사회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에게 은연중에 타인종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 혹시라도 자녀들이 사회생활에 선입견을 갖고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을 위한 세미나를 가서 이야기를 하면 타민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우리 장애자녀를 편견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큰 벽을 두드리는 입장에서 본다면 민족적인 차이보다는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의 입장은 유사성이 더욱 많다.
장애자녀들이 학교에서 타민족 장애아동들과도 가까이 지내고 부모님끼리의 연대도 이루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을 했으면 좋겠다. 장애 성인자녀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한인사회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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