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완벽한 내용 위한 점검
대학입학 사정에서 에세이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서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나와 있다.
몇 주일 동안 생각을 가다듬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 문장, 한 문장씩 써 내려가서 첫 패라그라프를 끝내고, 이어서 다음 패라그라프를 시작해서 끝까지 독자의 관심을 지속시킬 만한 글을 완성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피 말리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서 일단 에세이를 완성한 다음에는, 다시 읽기도 싫고, 고치기도 싫고 얼른 제출해 버리고 싶은 것이 대다수 학생들의 심정이다.
그런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완성된 에세이를 우체통에 넣거나, 컴퓨터의 SEND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번쯤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몇 달 후 대학에서 오는 소식의 희비를 결정할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스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
몇 해 전인가 명문대학에 지원한 학생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흥미 있는 주제로 비교적 조리 있게 쓰인 글의 중간쯤에 와서 나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한참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 중인 때였는데,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도중에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문장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 종교에 대한 학생의 비판이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는 학문적인 토론의 주제는 되겠지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이 쓴 에세이에 포함될 성질의 의견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편견이나 차별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원칙도 지켜야 하겠지만, 심사위원 중에 학생이 비하한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마침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더욱 더 이 문장을 수정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을 불러서 이 부분을 수정해서 다시 쓰도록 했고, 몇 달 후에 이 학생은 원하던 대학에 입학이 되었다. 문제의 부분을 수정한 덕에 명문 대학에 입학이 되었다는 증거는 물론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실은 자기의 에세이를 읽는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은 다양한 종교, 인종, 출신국, 사회계층의 남자와 여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과, 요즈음의 대학 분위기에서는 diversity(다양성)를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고 있어서, 어느 특정 그룹에 대한 포용력 부족이나 편견을 보인다는 것은 스스로 낙방을 자초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한 예로 글에서나 대화에서 어떤 그룹을 ‘those people’(그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차별의식을 드러내는 말투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피해야 할 말이다. 선생님이건 친구이건 자기의 글을 읽어줄 만한 적합한 사람을 구해서, 건설적인 코멘트를 듣는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득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가 쓴 에세이를 남에게 보이는 것을 무척 꺼려한다.
열심히 쓴 에세이건, 대강 쓴 에세이건, 자기의 내면의 생각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싫고, 또 남이 읽은 다음에 듣게 될지도 모르는 이런저런 비판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이나 충고는 어디까지 나 참고사항이지, 꼭 따를 필요가 없다는 마음의 자세를 가진다면, 남에게 자신의 에세이를 보인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읽어준 사람의 충고를 따라 단어 한개, 문장 한 개를 바꿈으로써 졸고 있던 사정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될 수 있으면 완성된 에세이를 한번 보여줄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한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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