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은 미국 정치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날이다. 소수민족인 우리로서도 우리 자녀들이 유색인종임에도 최선을 다하면 미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순간이었다.
한편 이민 전문 변호사인 필자는 오랫동안 한인들이 기다려온 이민개혁이 곧 오리라는 확신도 가지게 되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연방 상하원도 친 이민 성향의 민주당이 32년 만에 장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연방의회에서 이민 개혁을 실행할 의지가 있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언제 가능할까. 일반적으로 신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이 계획했던 각종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적기이기에 취임 초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부양 및 이라크전쟁, 의료보험 개혁 등 시급한 다른 현안 문제들이 있으므로 취임 1년 내에 친 이민관련 법안 통과 및 관련정책 실현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과연 현재의 이민 이슈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 전 대선후보 토론 때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는 과거 대선 때와는 달리 이민 이슈에 관하여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민 이슈를 꺼내는 것은 미국 노동자들의 표심을 잃어버릴 수 있는 복잡하고 껄끄러운 사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과거 오바마의 이민 관련 행보를 살펴보면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오바마는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유명 시사대담 프로그램인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불법 이민자들이 영어를 배우고 세금과 벌금을 낸다면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을 통해 합법 신분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2,500만 불법이민자들이 이 땅에 있고, 미국에서 태어난 그들의 자녀들이 여기서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불법이민자 가정들이 어둠 속에서 벗어나 미국사회의 시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한편 올해 6월에 있었던 한 히스패닉 단체에서의 초청 연설에서 오바마는 자신이 포괄적 이민개혁안 통과를 위해 두 번씩이나 노력한 바 있으며 불법이민을 막을 수 있는 국경 강화와 더불어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바마 당선자가 공화당의 ‘이단아’ 매케인 상원의원 같은 적극적 이민 옹호자는 아니지만 현재의 이민정책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포괄적인 이민개혁안에 찬성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과거 반 이민 단체들의 격렬한 저항과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연방의회의 막판 거부로 많은 친 이민법안들이 사장되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표심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탄생하였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된 현 상황에서 내년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합법화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다른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필자가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진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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