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프리웨이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가자면 주위에 와인너리가 이어져 있다. 그 곳을 지날 때는 노벨상 수상작가인 존 스타인벡의 ‘분노는 포도처럼’에서 젊은 엄마가 굶주려 죽어 가는 노인에게 자기 젖을 먹여서 살리는 장면이 연상된다. 1929년의 대공황으로 홈리스가 된 실업자군의 비참한 상황이 그려지고, 오늘의 신자유주의의 글로벌 시장경제에서 뉴욕 발 금융 쓰나미로 다시 21세기의 대공항이 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올해도 한국인은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 노벨상이 국력이나 지식 또는 인류에 대한 공헌의 정확한 바로미터는 아니라 하더라도 노벨의 유언에 따라 물리학, 화학, 의학, 문학, 경제학과 세계의 평화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는 상으로 학문을 하는 개인이나 그 국가의 명예임은 틀림없는 상 중의 상일 것이다.
다양한 인생행로에서 일생동안 심혈을 기우려 훌륭한 작품을 썼던 많은 문인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오늘날 그들은, 시간을 초월해서 불멸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는 1964년 노벨상을 부르조아 상이라고 또 그의 좌경사상과 신념에 어긋난다고 거절했으며, 소문으로는 카뮈보다 7년이나 늦게 받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거절했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21세기인 오늘날까지도 그의 사상을 초월하는 실존의 불안을 치유할 만한 구원철학이 아직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미완성에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며 자유에의 적극적인 행동만이 불안과 척박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그의 실존사상은 한물간 철학일지라도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정신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이 결정되었으나 당시 스탈린 치하에서 정치적 압력으로 받지 못했다. 그는 그것으로 문학 활동이 통제되고 감시 받았으며 소련 작가동맹으로부터 퇴출되어 고독과 빈곤에 시달리며 여생을 괴롭게 지냈다. 그가 병으로 죽음에 이르기 전 “나는 몰리는 짐승처럼 패배하였다. 어디엔가 사람이, 자유가, 빛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내 뒤에는 온통 시끄러운 소리뿐이다. 내가 빠져나갈 길은 없는 것일까”라고 한 말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195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미국의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패배를 죽음보다도 싫어하는 작품 속의 주인공 산티아고처럼, 자기 인생을 초지일관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살다가 62세에 병으로 인한 좌절과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노벨상 수상작품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몸을 시를 짓기 위한 실험도구로 삼았던 상징주의 시인들은 ‘자기의 인생 자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고자’ 대부분 고통 속에서 시만을 위한 데카당스의 삶을 택했다. 상징주의 문학의 선구자요 현대 시 일반의 창시자인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을 아무도 고통 없이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옥 바닥을 오가며 시를 쓴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가을의 노래’의 베를렌이나, 17세에 불멸의 시 ‘감각’과 ‘모음’을 쓴 천재적인 랭보, 그들은 길도 없는 영혼을 탐험하며 비참한 일생을 헤매었다.
말라르메는 그의 심미적 소우주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한 권의 책으로 되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말했지만, 일생동안 지성주의라는 진공상태에서 수도사처럼 살면서 그 책을 쓰려했으나 결국 쓰러져, 정작 그가 남긴 것은 그의 유일한 ‘시집’ 한 권과 약간의 이론적 단편들뿐이었다.
그들은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희생했을까?
삶이 그저 최소한의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아니기에, 그들은 깊고 밀폐된 바다의 밑바닥 같은 고통의 문을 지나 정신의 성역으로 들어가려 인간으로의 삶을 희생하며 고상하고 난해한 다의성의 의미를, 미의 세계를 추구했던 것이다.
거기엔 돈도 명예도 노벨상을 향한 길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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