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기쁨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마음을 과연 우리 한인들은 얼마나 알까.
거의 35년 세월 흑인과 결혼했다는 이유 하나로 난 수도 없이 불편한 시선을 받았다. 내 친구들은 모두 백인과 결혼했는데 주위 사람들은 내 앞에서 잘 내색은 않지만 가끔 내색할 경우에는 “너는 빼놓고…” 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만성이 되어 웃는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아무 말도 안 한다. 우리 한인들에 대해 절대 나쁜 이야기는 안한다. 이미 남편은 우리 한인들 입에서 가끔씩 나오는 말을 알아듣고 집에 와서 씩씩거린다. 그럴 때마다 살살 달래면서 살아왔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느 날 한국식당에 심부름을 보냈는데 음식은 가져오지 않고 전화가 왔다. 손님들은 안에서 먹고 있는데 식당 문을 열어주지 않는단다. “여보, 미안해”하면서 식당에 전화를 했다. 주인과는 잘 아는 사이다. 그래서 “우리 남편이 음식 가지러 갔으니 문을 열어주라”며 왜 문을 잠갔냐고 했더니 내 남편인줄 모르고 무서워서 그랬단다. 그러고는 사과 한마디도 없이 “알았어, 언니”하고 끊는다.
남편은 절대 나하고 식당에 안 간다. 몇 번 검둥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까지 졸업한 남편은 똑똑하고, 한국말은 못하지만 나쁜 말은 거의 알아듣는다. 나쁜 말은 삼가주었으면 한다. 이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남편도 한인들을 무척 싫어한다. 가끔 다툴 때 우리 한인들이 다 욕을 먹는다. 난 지지 않고 “너는 차별주의자다”고 더 난리를 부린다. 그래서 항상 내가 이긴다. 그래서 집이 조용하다.
내 딸은 더 웃긴다. 이모들이 항상 “튀기들이 예쁘다”고 말하면 튀기가 뭐냐고 묻는다. 예쁘다는 말이라고 그러면 좋아서 웃는다. 28살인 딸은 한국 여자는 모두 언니고 이모다. 무조건 그렇게 부른다.
내 아들도 매 한가지다. 어머니가 한국 사람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가끔 나쁜 한국말을 물어올 때마다 거짓말을 한다. 제발 흑인들에게 한국말 가르쳐줄 때 나쁜 말 말고 좋은 말을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새로운 역사를 만든 오바마 대통령 탄생을 축하하며 떠오른 생각이다.
영옥 레이놀즈/볼티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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