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과 신뢰가 명약
“Why are the kids these days so violent, defiant, destructive, impulsive, and hyperactive?”
필자가 나가 상담을 하는 어느 공립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이 필자 앞에 앉아 목이 메 이면서 호소조로 말했다.
조셉이라는 아이와 조셉을 ‘추종하는’ 아이들 한, 둘 때문에 수업시간의 상당부분을 소모하게 된다며 금세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느 부모님은 또 이렇게 물어왔었다. “옛날 우리세대 때보다 아이들 병명도 훨씬 더 복잡한데, 애들이 의지가 약해져서 인가요 아니면 먹는 음식이 문제인가요?”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의 이런 질문을 받고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경남 밀양 범북이라는 동네에서 태어나 자란 필자는 학교 마치고 오면 그때 시집 안간 고모 앞에 앉아서 숙제를 마치는 대로 동네 아이들하고 뒷산에 올라가 진달래 따먹고 필기(삘기의 사투리) 뽑아먹고, 여름방학에는 물놀이에, 미꾸라지 잡이에 내내 놀다가 저녁만 먹고 나면 코를 드르렁 골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물가로 놀러 나갔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 송도 바닷가로 이사를 와서도 해가 질 때까지 모래사장에서 친구들하고 온갖 놀이를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과외수업을 한 시간보다는 같은 반 아이들끼리 송도 1, 2사장을 누비면서 ‘거동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신고해서 표창 받는 꿈에 젖어 돌아다닌 기억이 더 많다. 그 시절 중학교 입학시험이 폐지되기 전에 부산의 명문 중학의 커트라인이 하나, 또는 하나 반이었는데 필자는 실컷 논 덕분에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 반에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많았지만 우울증, 불안장애, AD/HD, 반항행동장애와 같은 행동문제를 지닌 아이들은 없었다.
조셉의 담임선생은 조셉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 ‘POP’ 하고 터져서 수업진행을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노심초사하였다.
방과 후에 필자가 만나는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에게 필자는 일과를 꼬치꼬치 캐물어보는데 4학년의 제이슨도, 5학년의 미셸도, 6학년의 마이클도 필자의 초등학교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시절하고는 너무나 판이한 여러 가지 일과로 꽉 짜여 있어서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아침 6시 눈을 떠서 밤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이라고는 거의 없는 나날이 주말까지 계속된다.
이들 학생들의 일과를 함께 검토하고 그중에서 특히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일들에 대해 의논하고 이를 완화시키는 행동기술과 문제해결 능력을 일깨워서 힘든 과제를 해내면서도 아동발달 과정에서의 심각한 심리적, 성격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트레스 면역성을 키워주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알고 그림도 그릴 줄고 자원봉사도 많이 해 온 아이들이 장차 자신의 이런 능력을 훌륭하게 발휘하는 인격체로 성장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부모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아이들보다는 어딘가가 부족한 부분을 필자는 자주 발견하게 된다.
조셉과 교무실에서 만나 마주 앉으니 수업에서 선생님 힘들게 만드는 행동을 그대로 시작한다. 필자 허락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러 가고 필자가 묻는 질문에 퉁명하게 내뱉는다. 그러나 조셉에게서 필자는 이 아이를 보호해 주고 감싸주고 사랑으로 매만져주는 어른의 손길이 부족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조셉은 부모 아래서 자라면서도 방치되어서 자라는 두려움 많은 아이였다. 필자는 조셉에게 심리치료보다는 이 아이가 필자로부터 방치되거나 소홀한 대접을 받지 않는다는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매주 정확한 시간에 어김없이 만나 이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아직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213)234-8268 www.drsoh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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