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내 내리지 않던 비가 요즘은 며칠째 계속 내린다.
비를 좋아하는 나와 남편을 빗방울이 뚝뚝 묻어내린 바알갛게 물든 단풍 나무와 꽃들의 환호성이 우리를 밖으로 재촉했다.
계속되는 불경기로 어제까지 어깨가 축 쳐진 남편에게 애써 연애 시절 비를 즐기던 추억을 회상시키며 기분 전환을 시도했다.
초록을 흠뻑 머금은 빗방울과 수북한 낙옆 갈피가 섞여 물씬 풍기는 내음을 흠뻑 들이키며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비를 맘껏누렸다.
비와함께 꼭 빼놓을 수 없는것이 있다면 따듯한 커피 한잔이 아니겠는가.
빗소리 그득히 마음에 담고 조금은 설레이는 연애적 행복으로 커피샾에 들어서는데…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색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커피샾에 들어서는 순간 한 노인 홈리스가 입구에서 비를 원망하듯 초라하게 쭈구리고 앉아 비가 그칠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나를 얼마나 사치한사람으로 몰아갔는지 괜시리 자책이 되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 노인에게 얼른 빵과 핫초코 한잔을 사들고 다가갔다. 연신 고맙다고 하는 노인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다.
똑같은 비지만 서로 다른 상황으로 기쁨과 원망이 교차되는 요인들이 우리들의 인생사가 아닌가 싶다. 요즘같이 어려울때 언제 일터를 잃을지 조마 조마하며 매달 페이먼트 걱정과 가정 불화 또 경제 파탄등 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저들을 보면서 마치 나는 어쩌다 운이 좋아서 다른 대열에 있는 기분이다.
마음 같아선 비어있는 방에 따뜻하게 재워주고 싶었는데 행여나 마약하거나 정신 이상자가 아닐까 이런 저런 이기적인 계산에 미뤄 용기를 못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가끔은 큰애가 대학 가고난 빈방을 저들을 위해 쓰이지 못함이 비겁하게 생각만 해본다.
누구나 그렇게 늙고 갑작스럽게 모든것을 잃고 외로워질 수 있다. 살아있는 동안 이 넓은 지구상에서 서로 보듬고 더 약한자를 돌봐야 하지 않겠나. 비에 떨면서 잠자리를 걱정하는 그 노인은 비를 즐기러온 나를 알기나 하는지.
만약 우리가 저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과연 누가 따뜻하게 우리를 향해 돌봐줄 손길이 있을까.
이렇게 나의 낭만적인 비는 내게 그 할아버지 생각으로 작지만 따뜻한 사랑을 기다리는 내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했다.
비가 계속 쏟아지는 겨울이 되어도 따뜻한 비가 되도록 소외된 주변을 향해 내가 가진 작은 것이라도 힘껏 베풀어야지.
어제 부부싸움으로 실컷 울고 간 친구의 소낙비 울부짖음도 넉넉히 들으며 친구의 우산이 되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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