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위태롭다. 그동안 남북한 화해, 협력의 성과를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던 개성공단 사업이 “대북 비방 그만두지 않으면 통행 금지하겠다”는 북측의 최후 통첩성 경고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으로 얼어붙었던 남과 북은 해빙기에 들어섰고 쌍방은 합의에 따라 상호 비방을 중단하고 화해, 협력이 이루어져 다방면으로 그 범위를 넓혀왔다.
개성공단 사업이란 남북한이 공동으로 휴전선 이북지역인 개성 일원에 중국의 선전이나 상하이 푸둥 경제특구와 같은 국제 자유경제 지대를 만들어 제조업, 상업, 금융 및 관광 사업을 포함하여 경쟁력 높은 종합적 국제 자유도시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올 들어 남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는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비핵, 개방 3000’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고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권의 화해 협력, 이른바 햇볕정책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면서 기득권 세력의 ‘반북, 반 김정일’ 정서를 등에 업고 6.15, 10.4선언의 이행을 사실상 백지로 돌리는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거기에다 관광객 피살이라는 불행한 돌발사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사업은 중단되었고 최근 일부 반공단체들의 연이은 대북 삐라 살포사건들이 북을 자극하면서 북한 군부는 개성사업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모처럼 싹트고 발전해 왔던 남북 화해 기운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내년 1월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한반도 주변 정세와 동북아 정치 지형은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북미 간 직접 담판으로 북한 핵문제가 잘 풀릴 경우 사태 진전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50년 이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평화의 봄기운이 찾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세가 이러함에도 모처럼 어렵사리 이룩된 남과 북 민족의 성과물이 앞으로가 아니라 뒤로 가려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고 역사의 방향타가 가리키는 쪽과는 반대편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광영/전 언론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