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가 편지 하나를 주면서 “이기 머꼬, 좀 바라” 하셔서 보니 ‘메디케어 내역 통지서’였다. 내용을 보니 무슨 ‘배터리’ 하고 ‘2 std cap chair’라고 써있는데 청구한 금액이 무려 5,218달러에 3,393달러가 메디케어로부터 지출됐다는 것이었다. 날짜가 7월로 돼 있어 엄마한테 여쭤보니 그렇게 큰 가격의 물건은 가져온 적이 없다고 하길래 메디케어로 전화해 보니 휠체어라는 것이었다.
어디서 클레임을 했나 물어보니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다. 전화해 본 결과 의료기구 상점인데, 사장님 말씀인즉 할머니들이 여러분 오셔서 주문하고 가셨는데 자기네가 그냥 보관하고 있으니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오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필요 없고 앞으로 필요하면 다시 사러 갈테니 도로 보내고 돈을 반환하라” 했더니 그때서야 “사실은 발 지압기를 가져 가셨는데 도로 가져오시면 서류에 사인하고 돈을 반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몇달 전 엄마가 발 지압기가 생겼으니 발 마사지를 받으러 집으로 오라 하시던 것이 생각났다.
얘기인즉 할머니 몇분이 누군가의 소개로 콜레스테롤 검사를 하러 가셨는데 그때 그 병원으로 데려간 사람 말이 “병원에 가서 피 검사만 받으면 건강도 체크하고 발 마사지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으니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여기에 따라 가서 발지압기를 하나 들고 오고 의료기구 상점은 정부에 휠체어 값을 신청해 돈을 받아낸 것이다.
노인들을 상대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 또 알면서 혹은 모르는 가운데 이런 저런데를 무리지어 다니시면서 공짜라니 별 생각 없이 쓰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받아다가 집에 쌓아놓는 노인들도 문제다. 결국 그 뒷감당은 후손들이다 다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화 후 곧바로 엄마 집에 가서 쓰지도 않은 채 예쁜 덮개로 덮어 놓은 발 지압기를 차에 실었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니가 이것도 하면 안 된다, 저것도 하지마라 해서 딴 사람들은 다 하는걸 내 혼자만 못 한다”고.
우인주/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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