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나를 엄마는 다른 형제보다 무척 편애를 하셨다. 비칠대고 걷다 넘어져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던 날 늘 안쓰러워 하셨고 혹시라도 오빠들이 거칠게 뛰어다니다 건드려 넘어트릴까 봐 걱정하셨다. 용돈도 오빠들보다 많이 주셨고 내 방의 선반 위에는 사탕, 과자, 떡 등 주전부리도 떨어지지 않고 풍부하게 많아 늘 오빠들의 부러움과 질투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과잉 보호급의 엄마와는 달리 두 살 터울로 줄줄이 있는 오빠들에게는 내가 장애를 가진 아이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놀리고 골탕 먹이기 쉬운 여동생으로만 보였다. 그래서 엄마가 외출을 하고 없는 날에는 심부름도 열심히 시켜먹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간식거리도 몽땅 거덜을 내곤 했다.
난 그런 오빠들이 재미있었다. 혹시라도 엄마가 오빠들 모르는 숨겨놔 준 간식이 있을 때는 엄마 몰래 오빠들에게 가르쳐 줘 꺼내먹게 했다가 엄마에게 걸려 오히려 야단을 맞게 되기도 했다. 오빠들은 엄마가 나를 편애해도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다. 나를 놀리고 꿀밤을 주고 간식통을 비워버리는 일로 편애에 대한 불만이 쉽게 해소되는 것이다.
나는 네 명의 오빠들 위에 언니가 있다. 나와는 무려 15세 정도의 차이가 나는 큰 언니다. 내가 코 흘리는 어린아이일 때 언니는 빳빳한 흰 칼러와 주름잡힌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다니던 눈부신 여고생이었다. 비교될래야 비교될 수가 없는 그 언니는 나와 늘 비교당하고 있었다.
언니의 마음 씀씀이가 어린 나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언니는 부잣집 맏딸로서의 도도함과 자기중심적인 사고 때문이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적었던 것이다. 내가 학교에 입학을 하면서부터는 비교가 더욱 더 심해졌다. 난 주어진 일을 반드시 끝내는 사람이었고 언니는 모든 일을 벌려만 놓고 마무리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는 비교는 내가 들어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언니는 날 동생으로도 예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언니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말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언니는 나로부터 멀어져만 갔다. 내가 객관적으로 보기엔 언니가 나보다 훨씬 멋있고 잘난 사람이다. 그러나 비교의 희생자인 언니는 자신감이 적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도 적어져 자연히 현실의 만족감이나 삶의 행복감이 적은 것이 안타깝다.
편애든 비교든 다 우리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편애는 한쪽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편애를 받는 편의 긍정적인 대우에 초점이 있다면 비교는 비교되는 대상보다 늘 “덜”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초점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사회에 팽배한 비교문화. 소위 말하는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이라는 보이지 않는 대상과 비교를 당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은 지식의 정도와 실력은 좋아질지 몰라도 삶의 질은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비교를 당하는 사람은 쉽게 자신감을 잃게 되고 불안한 심리가 장기간 지속되며 마음이 병이 들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으며 잠재력을 계발해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것은 비교를 당하는 한 사람만을 행복과 삶의 질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회전체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더욱 더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비교를 당하고 남보다 능력이 뒤 떨어진다는 사실을 늘 지적당하며 살다보면 결국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더 큰 심리적 장애의 굴레에 묶이게 된다는 것이다. 남과의 비교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자녀간의 비교는 더욱 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서로 다른 점을 각자의 장점과 특성으로 계발해 줄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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