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될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
올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필자의 동료인 C 임상심리학 박사가 취업에 필요한 조회인 추천서 한 장을 써 달라는 주문을 해 왔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기 바로 전에 LA에 있는 한 의과대학원의 학생정신건강센터에서 심리치료사로 새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었다.
그 소식에 필자는 우선 C 박사의 취업을 축하해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어떠한 문제로 정신건강센터를 찾게 되는지에 궁금증이 생겨났었다.
의대생들이 자신들의 전문 영역인 생물학적, 의학적 지식으로 중무장을 한 채 그들에게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psychiatric problems)를 약물치료나 외과적 치료방법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심리치료에 과연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임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났었다.
그래서 가령 의대에서 배우는 모든 질환이 마치 자신이 지닌 것처럼 여겨져서 불안해 하는 ‘의대생 증후군’으로 교육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될 경우, 학생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할까, 또 3, 4학년 때 임상 로테이션에 나갔을 때 자신의 상관인 수퍼바이저나 자신이 돌보는 환자와의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서 의대를 그만두고 싶은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나, 동료나 환자에게 주체키 어려운 분노의 감정이 자주 생길 때, 또는 학생이 약물남용에 빠졌을 때 이러한 문제들을 과연 심리적인 것으로 보고 의대생들이 심리치료로 해결하고자 할까 하는 생각 같은 것이 들었다.
학기가 개학하고 C박사가 일을 시작하면서 필자에게 보내온 첫 소식은 이곳 의대생들을 심리치료 하는 일 자체가 너무 좋다는 것과, 또 학생들이 치료센터를 대단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인식도 매우 높아서 스스로 알아서 찾아와서 상담치료를 시작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신들에게 스트레스나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때 심리치료사를 통하여서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C박사를 찾아온다고 했다.
그리고 또 C박사가 내어주는 과제(임상치료에서 흔히 분노조절 기술이나 행동 모니터링과 같이 혼자 연습하거나 또는 자신의 증상을 모니터하여서 기록하라는 과제를 주고는 한다)를 마치 자신의 환자 임상치료 차트를 기록하듯이 조목조목 말끔하게 정리해 와서는 C박사와 의논하면서 치료에 임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어떤 것이 ‘심리적 문제’이며 심리치료를 요하는가?
의사를 찾아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의학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본인은 어딘가가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면 심리적인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인간은 또 자신이 얼른 해결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문제나 시련에 직면하였을 때 크게 좌절하고 정신적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된다.
극심한 좌절감, 절망감, 분노 등으로 자살, 타살과 같은 판단력을 상실한 사고행동에 젖어 있다면 자살의 결행을 옮기는 바로 그 순간까지 이 사람은 지극히 중후한 심리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겠다.
C박사는 임상에서 수퍼바이저와 갈등이 견디기 힘들어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의대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소연 해오는 의대생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어려운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위해 C박사를 찾아와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를 한다고 했다. 경제적 문제, 부부갈등과 같은 까다로운 일을 심리치료는 단시일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러한 감정을 행동으로 옮겨서 돌이키기 어려운 파괴적인 일을 벌이기 전에 이것이 심리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www.drsohn.net, (213)234-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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