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어 가는 이즈음 시 한편 읊조리고 싶고 음률도 없이 뜻도 없이 그저 흥얼대고픈 마음이다. ‘뉠리리야 뉠리리야’의 경기민요 가락도 떠오르고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의 강원도 아리랑도 떠오른다.
우리말은 형용사가 참 좋다. 그것도 모자라 뜻도 없는 허사(虛詞)의 절묘한 부분은 우리네 감성의 풍부함을 알 수 있다.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감성적인 이면.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 손자를 맨발로 맞이하며 할머니는 말 이전에 반가움의 눈물로 시작되는 그런 것들이다.
우리 민속무용인 살풀이춤, 동래학춤 등에 사용되는 반주음악으로 구음 살풀이가 있다. 구음 살풀이란 이름 그대로 구음으로 살풀이 장단의 가락을 노래하는 것이다.
슬픈 듯하면서 어깨춤이 느껴지고 평탄한 듯 하다가 처절한 절규와도 같은 사람의 육성. 몇 개의 관악기에 징소리가 어우러져 토해내는 구음시나위 가락에 허공을 가르는 흰수건. 이것이 살풀이춤의 감흥이요 본질이다.
그러나 살풀이춤은 가슴 저미는 듯한 눈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의 말 없는 반가움의 눈물도 있듯이 그저 눈물은 슬픔, 웃음은 기쁨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요즘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우리 어르신들은 “그래도 옛날 한국전쟁 때보다는 낫지” 라고들 하신다. 어려움을 극복해온 슬기로운 지혜, 대나무 같은 곧은 강직함도 있으면서 바람결에 거스르지 않는 유연함. 바로 할머니 눈물이고, 늴리리야, 아리랑이며 살풀이춤이라 생각된다.
정혜란/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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