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에 대한 대가도 한 방법
AP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자녀의 성적표를 들고 교사와 상담을 한 학부모가 상담하러 올 때의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한 채 상담실을 떠났다.
수십 년 베테런 담당교사로부터 “댁의 자녀는 머리는 좋은데, 숙제를 여러 번 안 해왔을 뿐 아니라, 다음날 시험이라고 알려주었는데도 아무 준비도 안 해서 최하점수를 받았고, 시간 중에 졸고 있는 때가 많으니, 오늘부터라도 대폭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이 과목을 패스하기가 어렵습니다”라는 ‘판결’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이 교사는, AP 과목은 대학수준의 과목이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는 ‘머리’와, 예습, 복습, 숙제를 꼬박이 하는 부지런한 습관 두 가지 조건을 구비하지 않고는 과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언젠가 동료 카운슬러와 함께 ‘머리’와 ‘부지런함’을 두 개의 변수로 삼아서, 학생들의 유형을 네 그룹으로 나누어 보고 각 그룹의 특징에 대해서 얘기해 보던 생각이 났다.
첫 번째 그룹은 ‘머리’와 부지런함을 겸한 모범생으로서 ‘더블 플러스’ 학생들이다. 다음 그룹은 ‘플러스/마이너스’ 그룹으로서, 머리는 좋은데 게으름을 피우는 학생들과, 머리는 출중한 편이 못되지만 남보다 무척 부지런한 학생들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 그룹은 머리도 출중하지 못하고, 부지런하지도 못한 ‘더블 마이너스’ 학생들이다.
엄연한 인격체인 학생들에게 이 같은 레이블을 붙이는 것이 비교육자적인 사고인지는 모르지만, 수십 년에 걸쳐 수천명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공부하는 능력에서나, 열심히 노력하는 정도에서 개인 차가 크다는 것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교사의 입장에서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어느 그룹의 학생들일까?
바로 머리는 좋지만 게으름을 피우는 학생들이다.
자신의 좋은 머리만 믿고, 제때에 할 일을 안 하는 것이 습관화되면서, 능률적인 공부습관을 못들이게 되고, 이런 좋지 못한 공부습관 때문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을 교사들은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천성이 게으르게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게으른 아이들을 덜 게으르게, 나아가서는 부지런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숙제를 미루는 아이들을 어떻게 제시간에 숙제를 마치게 할 수 있을까?
타일러 보기도 하고, 야단도 쳐보고, 벌도 주어 보았지만, 별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마지막 수단으로 숙제하는데 대한 대가를 주어보는 방법을 써볼 수도 있다.
주어진 시간에 숙제를 끝마치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게 한다든지, 컴퓨터 게임을 하게 한다든지, 친구와 인터넷 메시지를 하게 한다는 등의 대가를 제공하는 일종의 Deal을 맺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대가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일정액의 돈을 준다는 파격적 방법을 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보다는, 싫어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러나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는 무엇인가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거나, 용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면 비록 지겨운 일이라도 억지로 참고 하겠다는 강한 인센티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쓴 것이 지나면, 단 것이 찾아온다”라는 옛말을 게으른 아이들을 부지런한 아이들로 바꾸는 수단으로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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