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해변 근처의 라호야는 UC샌디에고가 있어 유니버시티 커뮤니티로 불리며 새 집들이 들어서고 있는 붐 타운이다. 지난 8일 조용한 대낮, 그 곳에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네 채의 집이 불탔는데 하필 한인 가족이 날벼락을 당했다.
공영 라디오 방송을 틀어보니 미국 사람들이 전투기 추락사고를 놓고 토론하고 있었다. 미라마 공군기지가 위험하다며 주민들은 벌써 공청회를 열고 정부에 이전을 요구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우려했던 대로 이렇게 비참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두어 달 전인가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다 길 가에 서서 전투기 에어쇼를 구경했다. 묘기가 신기했고 조종사들이 얼마나 강훈련을 했을까 하고 존경심도 일어났다. 하지만 초고속으로 곡예 비행하는 전투기가 무섭기도 했었다.
한 때 조종수업을 받았던 남편은 FA 18 전투기 사고를 보고 조종사의 순간 판단이 미숙했던 것 같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는 핸들을 향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사고 후 살아난 조종사도 평생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가족을 잃은 30대의 가장이 9일 미국 방송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조종사가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안다며 아무런 원망이 없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놀랐다. 비행기의 기계가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조종사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미군 당국이 조사 중인 상황에 피해자인 그가 어찌하여 공식 인터뷰에서 그렇게 발표한단 말인가. 차라리 아직 정신이 없으니 인터뷰를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침묵으로 보여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공식석상에서 준비 안 된 인터뷰로 왜 손해를 보는가. 공청회를 열며 안전한 동네로 만들어 달라는 영어권 주민들도 그의 지나친 겸손에 찬성할지 궁금해진다. 공식석상에서의 말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이제라도 공청회에서 침착하게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최미자/샌디에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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