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눈은 특이하다. 청마는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 했다. 형상을 소리로 느낀 것이다. 겨울 밤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시인 김광균은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환상적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하얀 기적 소리를 남기고’ 이렇게 소리조차 화폭에 담아내듯 청각을 시각으로 형상화했다.
위대한 시는 영감으로 쓴다. 시상은 몰아의 경지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처럼 관조와 침잠의 세계로 이끈다.
그런 면에서 시와 종교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종교가 철저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 는 것을 선명하게 형상화한다는 점 이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형상이 존재한다. 따라서 눈은 육안에 멈추지 않고 심안과 혜안을 넘어서 영혼의 눈으로 꿰뚫어 볼 수 있는 영적 경지에 이른다. 그것은 속사람이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수행에 따라 도를 이어가는 다섯 가지 안력을 오안(五眼)이라고 했다. 즉 색만을 보는 육안(肉眼), 실체를 보지 못하는 천안(天眼), 공의 원리를 보지만 중생을 이롭게 하는 도리를 보지 못하는 혜안(慧眼), 깨달음은 있지만 가행도(加行道)를 알지 못하는 법안(法眼) 그리고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다 아는 불안(佛眼)에 이른다.
수시로 변하는 얼굴은 믿을 것이 못 된다. 그러나 눈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 마음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눈빛이기 때문이다. 용을 그리고 마지막 눈동자를 찍는 순간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올라갔다는 화룡점정(畵龍點睛)도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이 눈의 생기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감동이 눈물로 흘러내리는 것이 참으로 오묘하다. 새삼스럽게 눈이 고맙다. “자기, 내 눈을 보고 말해”
고영주
토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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