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오면 사람들은 많은 것을 계획하지만, 계획한다고 모든 것이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또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여러 종류의 사고이며, 아무 예고 없이 찾아와 때로 우리를 무척 당황하게 한다. 이 사고가 때로는 우리 인생의 한 달을, 일 년을, 때로는 남은 생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사고는 정신을 쏙 빼놓고, 죽음의 그림자마저 눈앞에서 춤추게 하며, 새삼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느끼게 하며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기도 한다.
얼마 전 인도 뭄바이에서 테러단들의 기습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연쇄 테러를 당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머물던 시내 호텔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지고, 적어도 174명이 죽고 300명 이상이 심하게 부상당했다. 이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식당도 그들이 자동총으로 난사했다는데, 그 피투성이 속에서 아시아계 영국인인 조이 지툰 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가 운도 좋았지만 단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테러단들이 총을 쏘아대는 순간 옆 테이블 손님이 그를 손으로 쳐 의자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다. “엎드려, 엎드려, 절대 소리 내지 마, 죽은 척 해, 우리 죽을지도 몰라”라고 영어로 작게 얘기했다. 지툰은 휴가를 받아 여행 중이었고, 그 호텔에 머물며 어쩌다 바로 그 시간에 호텔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너편 식당에 앉아 있었는지는 단지 신만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까지 공연을 한 연극배우인 그는 무조건 바닥에 납작 엎드려 가능한 한 엎어져 죽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들려 노력하며 계속 기도만 속으로 했다. 식당 안은 사람들의 비명과 울음소리로 아비규환이었고, 모든 소음이 잦아들 무렵 테러리스트들은 죽은 사람을 점검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피범벅된 시신 옆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몸을 총으로 건드리는 것을 느끼며 그는 숨을 잠시 멈추고 그들이 자신을 죽었다고 믿게 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꽉 찼다. 오래전 연극에서 죽은 사람 연기를 연습했던 일이 생각났다. 나중에 그는 옆에서 자기를 엎드리게 한 사람도 이미 죽었고, 그곳 모든 사람이 죽었음을 알고 그는 또 한 번 놀랐으며 살고 싶다는 의지가 자신을 살렸음을 알았다.
또 지난번 한국 제주도 앞바다에서 한 척의 작은 어선이 커다란 화물선과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뒤집어진 배 안에 7명의 선원이 4시간 30분 동안 잘 견뎌내 살아났다. 선실에서 잠을 자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배는 뒤집어져 물이 차올라오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배의 꼭대기 쪽 남은 얼마의 공기로 숨을 쉬며 누군가 자기네를 구하러 오리라는 확신과 신념, 그리고 인내가 그들을 살렸다
이들의 구사일생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또 사고가 아니라하더라도 지금 지구상 사람들은 내가 원한 적이 없는 경제 불황의 늪에 모두 회오리바람처럼 함께 떠밀려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다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어떻게 무사히 이것을 빠져나가나, 첩첩산중에 버려진 듯, 또 뒤집어진 배 밑에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듯 답답한 마음이 끊이지 않는 우울한 연말이다.
부디 우리 모두 마음 단단히 먹고 어떻게 하면 이 암울한 상태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나 현명하게 고심 해야겠다. 그리고 그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구사일생으로 무조건 살아남는 지혜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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