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벗어나 생각하는 아이’라는 강연회에 간 적이 있다.
나는 그 포스터의 제목을 보자 호기심이 생겨 그냥 스쳐 지나갈 수가 없었다. 무슨 연극 제목인가 했는데, 그것은 주의력 결핍장애아에 대한 강연회였다. “왜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아이를 상자를 벗어나 생각하는 아이라고 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그 강연이 뭔가 색다른 정보를 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다행이 일찍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뒤, 강연할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서 무대 쪽을 두리번거렸다. 무대로 올라가는 한쪽 계단 중간에 넥타이도 안 맨 셔츠에 편해 보이는 바지를 입고 유명 풋볼팀 재킷을 옆에 벗어둔 중년 남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주최 측의 인사 후, 강연할 사람을 소개하는데 그 중년 남자였다.
그 사람은 아주 편안한 얼굴로 웃으며 무대로 나왔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며 ‘상자를 벗어나 생각하는 아이’라는 제목에 꼭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는 에드워드 핼로웰(Edward Hallowell)이라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정신과 의사로 주의력 결핍장애의 권위자였다. 닥터 핼로웰은 의사로뿐 아니라, 주의력 결핍장애의 교과서처럼 많이 읽히는 ‘산만함으로 향하기’(Driven to Distraction)라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닥터 핼로웰은 그 책 외에도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에 대해 염려할 때’ ‘당신의 가슴을 열고, 삶을 연장하며, 영혼을 깊게 하는 법’ ‘어린 시절은 행복의 뿌리가 된다’ 등 많은 책을 썼다.
닥터 핼로웰이 주의력 결핍장애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자신이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학습장애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 셋 모두도 그 장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글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해서 특별지도를 받았는데, 자기를 옆에 앉히고 사랑과 인내로 글을 가르쳐 주시던 넉넉한 체격의 여자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운이 좋아 고등학교 때도 인생을 바꾸어주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고 한다.
닥터 핼로웰는 자기와는 달리 어느 감옥엘 가든지 주의력 결핍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할 거라고 했다. 주의력 결핍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주의가 산만해서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참을성도 없고 충동적이어서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단다.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아이를 ‘상자를 벗어나 생각하는 아이’라고 하는 이유는 말하자면 틀을 벗어나 생각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 생각을 한다. 그 아이들에게 왜 공부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느냐고 하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창의적이며 남달리 비상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에는 극도로 집중하는 성향이 있으며 기회가 주어지면 숨어 있던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주의력 결핍장애를 가졌던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인 에디슨의 경우를 보면, 학교에서는 퇴학을 당했지만 어머니가 그의 잠재력을 알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후원을 하여 놀라운 능력을 나타내게 되었다. 에디슨뿐 아니라 아인슈타인, 미켈란젤로, 모차르트, 윈스턴 처칠, 그리고 지금 미국의 대기업주나 유명한 대학의 교수, 영화배우 탐 크루즈 등 유명인사 중에도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는 이 강연회에서 우리는 주의력 결핍장애를 가진 아이들로부터 큰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크게 해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한 닥터 핼로웰의 마지막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홍혜경
<프리스쿨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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