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아 본 사람이면 안다(중략)
모든 숨겨진 일들의 마무리가 그렇듯
단 한번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 끈질김, 그 버팀,
민중이 따로 없다.
땅위의 가장 마지막 빛인
그 아픔을 모른다면
웬만큼 밝혀보지 못한 말로
민중의 밭에 뿌리를 내리려 하지 말라.
詩가 詩인것은
그것이 끝내 뽑히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고,
詩人이 詩人인 것은 그가 끝내 뽑히지 않을 말을
사람의 뜻에다 심어주기 때문이다.
-김대규(金大圭)
나의 집 앞에는 열심히 일 년 내내 뽑았는데도 잡초가 아직도 수두룩하다. 다 뽑아 없앴는데도 또 뚫고 오르는 잡초들! 저의 동네에는 ‘잡초를 마음껏 파가십시요’라는 풍자의 팻말을 화초밭에 항상 세워놓은 집이 있는데, 얼마나 제초작업이 힘들었으면 그런 팻말까지 써놓았을까. 잡초를 뽑아본 사람이면 가히 짐작이 갈 줄로 안다.
화자(話者) 속의 시인은 민중의 심리, 그 끈질김은, 뽑으면 뽑을수록 더욱 기승 내어 자라는, 바로 이 잡초의 심리와 똑같다고 보는 점이다. 민중의 고통과 아픔을 모르고 얕은 지혜의 말로 민중이란 밭에 뿌리를 내릴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시인의 제초론의 핵심은 ‘詩人이 詩人인 것은’ ‘뽑히지 않을 말’ 다시 말하면 인간의 심령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가서, 영원히 영혼 속 깊숙이 각인될 말, 그런 시를 심어주는 것이 참된 시인의 본래의 사명이라고 천명한다. 서정시집(Lyrical Ballads)으로 낭만주의 시인의 효시가 된 워즈워드는 “시인이란 인간의 본성을 지키는 바위와 같은 존재다”고 갈파 했는데, 김대규 생의 바로 이 제초론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CHANGE-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바로 어제 백악관에 입성한 패기에 찬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이비 리그의 재능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더 진귀한 것은 김대규 선생의 제초론의 핵심이 되는 이른바 민중의 영혼 깊은 곳에 영원히 각인될 말들을 심어줌으로써, 전무후무한 세계적 대통령이 되어 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대규 선생은 1942년 경기도 안양 출생으로, 연세대 국문과, 경희대대학원 국문과 졸업, 안양여고, 연세대 강사 역임. 1960년 시집 ‘靈의 流刑’으로 데뷔. ‘詩와 詩論’ 주간, 흙의 문예산, 경기도 문화상수상. 경기도 시민협회장, 안양상공회의소 근무. 저서에 시집 ‘이 어둠속에서의 指向’ ‘陽智洞 946番地’ ‘見者에의 길’ ‘흙의 思想’ ‘흙의 詩法’ ‘오 어머니 나의 어머니’ 등이 있으며, 지금도 그의 고향인 부천에서 문학의 꽃인 詩論을 강의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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