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진주같이 아름다운 섬나라 쿠바(Cuba). 대한민국의 아리랑처럼, 쿠바에서 두번째 국가(國歌)처럼 불리는 노래가 ‘관따나메라 과히라’(Guantanamera Gujira)다. 쿠바 독립의 건국 영웅 호세 마르띠(Jose Marti)가 뉴욕에서 출판한 시집 ‘소박한 시’(Vesons Sencillos)라는 장편시에, 과히라 가수로서 명성이 있는 ‘호세이또 페르난데스’(Joseito Fernandez)가 ‘룸바’(Rumba) 리듬에 곡을 붙인 노래다. 서정적인 내용이 정겹다. “관따나모의 시골여인이여, 나는 야자수가 자라는 마을 출신으로 진실한 사람이라오, 관따나모 아가씨 과히라를 노래해요, 내가 죽기전에 나는 내 영혼의 시를 쓰고 싶어요…”
플로리다 주, 최남단에 위치한 키 웨스트(Key West)에서 불과 9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쿠바, 맑은날이면 어렴풋이 윤곽을 볼 수 있는, 지호지간(指呼之間)의 인접국가이다. 세계적인 문호 훼밍웨이가 자살하기 직전 즐겨 찾았던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에서는, 퇴폐적 관능이 묻어나는 허리 아래의 춤 살사(Salsa)와 과히라(Guajira) 음악이 넘쳐나던 낭만적인 도시였다.
현란한 기타와 경쾌한 피아노 소리, 흐느끼는 듯한 트럼펫과 퍼쿠션이 어우러지는 ‘부에나 비스따’(Buena Vista)의 ‘찬 찬’(Chan Chan), ‘호에 마누엘(Joe Manuel)’과 ‘나나 무스끄리’(Nana Mouscuri)가 카리브해의 시원한 무역풍처럼 호흡을 맞춘 ‘관따나메라 과히라’(Guantanamera Guajira)는 지구촌 곳곳에서 애창되는 쿠바 아리랑으로 손색이 없다.
군출신 대통령 ‘풀헨시오 바띠스따’(Fulgencio Batista) 정권이 부정부패, 무능까지 겹쳐 쿠바의 민생 경제가 도탄에 빠지자, “쿠바노들에게 자유와 번영을 선사하겠다”며, ‘피델 까스뜨로’(Fidel Castro)와 그의 동생 ‘라울(Raul) 까스뜨로’, 그리고 게릴라의 전설 ‘체 게바라’(Che Guevara)와 뜻을 같이한 81명이 공산 게릴라 혁명을 일으킨 것이 1959년이다.
‘피델 까스뜨로’가 평생 즐겨 입었던 옷은 카키색 군복이었다. 덥수룩한 구렛나루에 두툼한 아바나 시가를 물고, 원고없이 청중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쿠바노들은 몸과 영혼을 의탁했다. 피를 나눈 혁명동지 ‘체 게바라’가 “아스따 라 빅또리아 시엠쁘레” (Hasta la victoria siempre, 승리할 때까지, 언제나) 외치며, 아프리카와 볼리비아 공산화를 위해 쿠바를 떠나자(1965년), 그의 권좌는 더욱 견고해졌다. 라울을 국방장관에 앉히고, 본인은 국가평의회 의장 겸 군 최고사령관직에 올라 장장 49년간 쿠바를 폐쇄적 공산 전제 국가로 이끌었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유토피아 쿠바를 만드는 듯 했다.
그가 사회주의 이상에 사로잡혀 한 세상을 풍미하던 사이, 쿠바의 든든한 이념적, 경제적 후원자였던 공산주의 종주국 구 소련은 무너졌고, 미국에선 아이젠하워부터 조지 W 부시까지 10명의 대통령이 백악관을 거쳐갔다.
미국 CIA의 638회나 되는 집요한 암살기도가 그가 집권하던 동안 계속되었고, 1962년 소련 핵미사일 기지 건립을 두고 미-소 핵전쟁의 발화점으로 번질뻔했던 아찔한 상황, 경제압박을 피해 망망대해로 몸을 던진 보트 피플 쿠바노들의 탈출 러쉬가 끊이지 않았다. 평생을 반미투쟁의 선봉에 앞장섰고, “나는 미국이 멸망하기 전까진, 죽지 않을 것이다” (I will not die until America is destroyed)라며 사자후를 토하던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 45대 대통령에 당선된지 얼마 후 90세를 일기(2016년)로 파란만장했던 삶의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장출혈로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와병중에 있던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은, “나의 유일한 소망은 사상의 전투에서 한명의 병사로서 싸우는 것”…소회를 밝히는 그의 얼굴엔 죽음의 검버섯이 가득했고 몹시 초췌했다.
‘이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길 소망하던 쿠바노들에게 베네수엘라, 멕시코마저 무상 유류 공급을 단절하자 쿠바노들의 의식주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전기가 끊겨 암흑천지가 되었고, 개스 공급이 끊어져 나무와 숯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멕시코 유까딴에서 에네껭 노동자로 일하다가 그곳으로 이주한 1000여명의 한인 후예들도 처참한 생활고에 눈물겨운 관따나메라, 서글픈 아리랑을 부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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