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LA에서 통일 강연회가 있었다.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했는데 문제는 영어로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한인들이었고 단 한 명 시카고 대학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 교수만이 예외였다.
1.5세들이 몇 명 와 있었지만 모두 우리말을 이해하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우리끼리’의 모임이었다. 그런데 행사 진행을 영어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몹시 불쾌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날 행사는 영어 웅변대회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커밍스 교수에게는 통역 서비스를 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한 사람을 위해 100여명이 희생하는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떠나자 회의장은 다시 한국어로 돌아왔는데 뒷맛이 씁쓸했다.
문제는 그 후에도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갑자기 한 참석자가 그때까지 발언하던 모 교수에게 “당신은 지금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 있는데 아느냐”고 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져 나오고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지더니 주최 측에서 질의자의 발언 중지를 요구하고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회의장은 난장판이 되고 결국 폐회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꼴인가. 주최 측이나 참석자들이나 자기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의 평화적 발언이나 질문을 중지시킬 수는 없다. 이런 실랑이는 전에도 여러 모임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이런 사태를 목격한 일본기자가 “한국 사람들은 참 투쟁심이 왕성한 민족”이라고 비꼰 글을 보았는데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통일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을 높이고 한인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모두 지성인답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여기가 타국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서라도 자중해야 할 것이다.
송 운/토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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