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일이다. 아버지는 어린 네 자녀를 데리고 어딘가 마구 달리셨다. 도착한 곳은 가시덤불이 무성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산 동네였다. 아버지는 이 땅을 평당 600원씩 주고 사셨다고 하면서 “동석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물으셨다. 그 때 8살이었던 나는 “이런 땅을 사면 뭐해요. 아무 쓸모도 없는 것 같은데”하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빙긋이 웃으시면서 두고보라고만 하셨다. 그 땅은 서울 평창동에 위치해 있었다.
요즘 부동산 때문에 애먹는 분들이 너무 많다. 4년 전쯤에는 부동산가격이 하늘을 찌르듯이 올라가더니 지금은 서로 팔려고 내놓기 바쁘다. 특히 외곽 지역에는 가격 폭락이 극도로 심하다. 숏세일이 판을 치고 융자 사기가 무성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경기에 수입마저 줄어 죽을 맛이다. 2005년도에 잘 아는 부동산업자가 줄을 대신 서줄 테니 콘도를 네 개 정도 사줄 수 있다고 전화가 왔다. 그야말로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투자는 해도 투기는 안한다고 정중히 거절했던 것이 기억난다. 2005년 봄을 끝으로 부동산 시장 활황을 마감한 후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6년도에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분들이 잠깐 주춤하는 정도로만 생각했고 더욱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계속 더 올라갈 것이니 그쪽으로 투자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이 침체되면 부동산에 관련된 모든 산업들이 몰락을 할 것이고 상업용 부동산 또한 죽을 쑬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거기에 투자하는 것은 아무래도 상식 밖이었다. 미국말에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고 하면 손을 벤다는 말이 있다. 떨어지는 칼은 절대로 잡으면 안 된다.
그러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나름대로 1960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가격동향을 그래프로 그리고 그 그래프로 방정식을 만들어 보았다. 2005년 5월을 정점으로 그 이전에는 엑스포넨샬 그로스 모델이고 그 이후는 엑스포넨샬 디케이 모델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면 언제쯤 하강 국면이 끝날까 인데 수학적으로는 2012년경이 된다. 그리고 2012년부터 약 3년 정도 리스트릭션 모델로 유지하다가 2015년쯤 돼서야 점차로 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본다. 수학적 모델이 항상 100%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오차범위 내에서는 매우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많은 전문가들이 금년 하반기쯤에는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신문 보도를 보면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10% 정도 더 떨어지면 더욱 많은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것은 더욱더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이며 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질 때쯤 돼서야 시장이 평형을 이룰 것이다.
부동산은 장기 투자다. 먼 훗날을 바라보고 후손들이 선조들이 사놓은 땅에서 자자손손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투자여야 한다. 단기 투자수익을 노리고 샀다 팔았다 하면 결국 남는 것은 먼지밖에 없다.
지금도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면 “아버지, 그때 그 땅 얼마에 샀다고 하셨지요?”하고 묻는다. “왜? 가시덤불 수북한 황무지래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