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국인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너 시간씩이나 길게 줄을 선 조문행렬을 보며 추기경은 종교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김 추기경만큼 국민적인 애도를 받은 분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역사의 암흑기인 군부 독재시대에는 도덕, 정의 등 정신적 가치의 중심을 잡아 주셨고 70~8 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버팀목이 되기도 하셨다. 한국 민주화에 기여하며 폭넓은 종교지도자로 삶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일전에 신치구 씨가 쓴 김 추기경의 말씀을 엮은 책을 읽었다. “나는 원래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었지요. 양지 바른 작은집에서 연기 나는 것을 보고 나도 결혼해서 자식과 평범한 가장으로 살고 싶었답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는 진솔하고 인간적인 고백이 가슴에 닿았다. 운명적인 성직자의 길,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삶이었을까.
대현여우(大賢如愚)란 말이 있다. 크게 어진 사람은 어리석게 보인다고 한다. 김 추기경은 언제나 겸허하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속에서 정신적인 가치, 보편적인 삶의 지향점을 남기셨다. 평생 사랑의 십자가를 지고 산 그분 삶의 지표는 ‘사랑과 긍정의 힘’. 누구나 서로 사랑하라는 사랑의 바이러스를 남기셨다.
추기경 선종을 애도하는 명동 성당에는 40여만의 조문객이 추위도 배고픔도 잊고 그를 기렸다. 그들은 추기경처럼 살고 싶은 용기를 가졌다. 그래서 명동의 기적이 일어났고 추기경 신드롬이 생겼다고 한다. 추기경의 이름 목숨 수(壽)와 빛날 환(煥)처럼 그는 지상을 떠났어도 그의 이름은 그가 남긴 사랑과 함께 길이 빛나리라.
지금 세상은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따스함이 필요하다. 성당에는 수많은 조화가 쓸쓸해 보였지만 희망과 향기가 묻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삶에서 죽음을 바라보면 허무하지만 죽음자리에서 삶을 바라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고 한다.
김 추기경의 생애는 검소와 청빈으로 일관됐다. 소외된 자, 장애인, 빈민에게 나눔과 자비로운 사랑으로 아버지 같은 사랑을 전하셨다. 무소유의 삶을 산 그의 유품으로는 부러진 안경테, 낡은 신발, 지팡이 등이 전부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하나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랑이란 평범한 메시지로 시대의 별 되신 추기경, 비록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사랑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빛나리라. 사랑과 평화의 사도, 위대한 인간을 보내고 든든한 수호천사를 얻은 기분이다.
추기경이 남긴 유지를 받들어 지금부터라도 사랑을 나누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하늘나라에서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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