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 위협 속 투철한 신고정신 발휘한 한기준씨
23일 업소내 폭력사태 신고하려다 폭행 당해
선타임스·트리뷴지등 크게 보도
“제가 이래뵈도 태권도 9단입니다. 아직 젊은 사람 한두명 정도는 거뜬히 당해낼 수 있어요. 폭력, 마약거래 같은 범죄를 결코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올해 73세의 한인 노인이 업소내 갱들의 폭력현장을 목격, 평소 소신대로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하려다 갱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카고와 라라미길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스피닝버블’(5441 W. Chicago Ave.) 코인 런드리의 매니저인 한기준씨는 지난 23일 오후 8시 45분경,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운터 의자에 앉아 가게를 둘러보고 있었다. “런드리 뒷문 쪽에서 갑자기 싸움이 났어요. 말이 싸움이지 갱으로 보이는 두 명이 약한 사람 3명을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구경꾼들이 있었지요. 가게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전 일단 가만히 그 장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신고를 해야 하니까요.”
한씨가 때리는 광경을 보고 있자 그 중에 한 명이 업소안 테이블 위에 있던 위스키병을 깨트린 후 그 병을 들고 한씨에게 다가와 ‘신고를 할 것이냐’고 위협했다. “제가 태권도 9단입니다. 평소 그런 젊은 갱 한두명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나에게 맞은 아이들도 많아요. 날 위협한 사람도 저의 얼굴을 알고 있었구요. 전 상대가 병을 휘두르는 것을 살짝 피하면서 ‘너 태권도가 뭐지 아느냐’ 하면서 싸울 자세를 취했죠. 그러더니 일단 자리를 피하더군요.” 한씨는 갱이 뒷모습을 보인 후 신고를 하기 위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급하게 들어오느라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사무실 안에서 전화기를 들고 911에 신고, 경찰에 전화를 하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주먹으로 저의 왼쪽 눈 부위를 쳤습니다. 전 바닥에 쓰러졌고 그 갱은 마이크로웨이브, 테이블, 사무집기 등 손에 잡히는 것은 뭐든 들도 저한테로 내려쳤습니다. 컴퓨터는 선이 많아서 뜯어내지는 못했어요.”
한씨는 “뒤에서 갑작스럽게 맞았기 때문에 대항은 커녕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당황했었다. 마이크로웨이브에는 가슴을 맞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사무실에서 폭행을 당한 후 다시 카운터로 나갔습니다. 내가 눈을 감싸고 있으니까 마침 가게 안에 있던 사람이 또 다시 911로 신고를 했어요. 앰블런스는 금방 오더군요. 그리고 10대의 가량의 차에 나눠 출동한 경찰도 어느새 절 때린 사람을 잡아끌고 갔습니다.” 한씨는 “옥팍 소재 리서렉션 병원에서 3시간 치료를 받은 후 경찰에 들러 자세한 경위를 설명, 24일 오전 5시경 런드리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평소 법을 잘 지키고 신고정신이 투철한 한씨와 같은 시민들이 있기에 시카고가 안전한 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씨의 이 같은 활약상은 시카고 트리뷴과 선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실제 폭력이나 마약 거래, 강도 등 범죄에 대항, 늘 런드리 주변을 살피고 신고하며, 경찰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씨의 노력은 대단하다, “하루에 한번, 어떨 땐 하루에 두 번도 경찰에 전화를 겁니다. 저희 사무실내 CCTV를 지켜보고 있으면 업체 내외부가 훤히 보여요. 약을 사고파는 과정도 목격할 수 있지요. 그러면 전 경찰에 누가 파는 사람이고 누가 샀으며 누가 연결책인지 등을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저희 업체 보일러실을 경찰들이 갱들을 조사하는 곳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갱들이 어슬렁거리면 전 대 놓고 ‘사라져라’고 외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얼굴이 이웃에 많이 알려져 있어요. ‘네 얼굴안다, 다음에 보면 가만 안둔다’는고 협박하는 이들도 있지요. 실제 시비를 걸어오는 갱들과 싸워서 물리친 적도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면 그저 수수방관하는 이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웃이 안전해야 나도 안전합니다. 폭력을 휘두르고 남의 물건을 빼앗고 또 마약을 거래하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처벌받게 해서 다신 못하도록 해야 할 것 아닙니까? 한 씨는 요즘에는 본인이나 자기 가족이 다치는 일이 아니면 가까이서 싸움이 나도 그저 보고만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신고하는 자세를 통해 안전한 이웃, 지역을 조성하는데 다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준씨는 1935년 11월 5일 황해도 송화 태생으로, 한국에서는 육군 중위로 제대했으며 태권도 도장 등을 운영했다. 지난 1975년 도미, 세인트 루이스에서 한국 식품점을 운영했고 93년 시카고로 온 이후에는 ‘코리아 종합건축’을 운영하다 3년전 은퇴했으며, 6개월 전부터는 평소 친분이 있는 친구를 돕기 위해 런드리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한편 한씨를 폭행한 베니 헤일(21)은 연장자폭행혐의로 기소, 24일 보석재판에서 10만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다. 박웅진 기자
사진: 지난 23일 갱들의 폭력시비를 신고하려다 왼쪽 눈부위를 폭행당한 스핀버블 런드리의 한기준씨가 CCTV를 보며 런드리 주변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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