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인 고경주(하워드 고), 고홍주(해롤드 고) 박사 형제가 각각 보건부 차관보와 국무부 법률고문이라는 연방 고위직에 지명됐다는 소식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폐막 이후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던 한인들에게 반가운 뉴스였다.
형제가 동시에 행정부 요직에 오르는 것 자체가 좀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일뿐더러,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대 김용 총장 선임에 이어 한인 이민사회가 주류사회 리더급으로서 충분한 자격과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연달아 배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인사회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들 형제의 면면은 이미 주목을 받아온 터였다. 형 고경주 박사는 매사추세츠 보건 장관 출신의 하버드대 교수이고, 동생 고홍주 박사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무부 인권 차관보를 거쳐 미국 법대 가운데 최고로 치는 예일대 법대 학장으로 재직해오면서 오바마 정부 출범 때 대법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 형제의 이야기는 모친 전혜성(79) 여사가 3년전 한국에서 자녀 교육법을 담은 책을 출간하면서 미주 한인의 성공적 자녀교육 스토리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사회학·인류학 박사로 예일대 교수를 역임하는 등 본인의 이력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전 여사는 장면 정권 때 주미대사관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5·16 발발 후 미국에 망명했던 남편 고 고광림 박사와 사이에 6남매를 뒀다. 장남 경주, 3남 홍주씨를 포함한 이들 6명 모두가 하버드·예일대를 나와 교수와 의사, 저명한 미술가 등이 됐는데, 집안에 박사학위만 11개라는 점등이 부각되면서 한국 언론에는 ‘여섯 자녀 모두 하버드대와 예일대를 졸업시킨 성공 교육법’이라는, 소위 명문대 좋아하는 한국 부모들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개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는 제목의 책에서 전 여사가 강조한 것은 무슨 자녀 명문대 보내기 비법 같은 게 아니라 자녀를 리더로 키우되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을 부모가 솔선수범을 통해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출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이만 잘 되기를 바란다고 아이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봉사 활동도 하면서 나보다 사회를 위하고 남의 아이를 위해 일할 때 내 아이를 최고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전 여사는 평소 ‘덕승재’(德勝才·덕이 재주를 앞선다)라는 말로 인간성이 결여된 엘리트주의를 경계했다고 한다. 그녀의 또 다른 책의 제목이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인 형제 차관보 탄생 소식을 반기며, 한인 이민사회가 미국에서 진정으로 뿌리내리고 자녀들을 이 나라의 리더로 키워내려면 “나만,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을 떨쳐 버리라는 것이 우리가 함께 되새겨보아야 할 교훈인 것 같다.
김종하/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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