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료인 중국계 의사가 TV 드라마 ‘대장금’을 보느냐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는 한국인이면서도 아직 못 보았었기 때문이다. 자기 처가 열심히 본다는 이야기다. 워낙 일상생활이 바쁘기 때문에 그동안 ‘사랑이 뭐길래’ ‘허준’ 그리고 ‘겨울연가’ 정도 외에는 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장금도 그 이후 대충 빌려서 보기는 했다.
이렇게 LA에서 오래 살다보면 동양계통의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과 우리는 많은 다른 점이 있으나 두 가지만은 절대 공감이다. 첫째는 한국 여자들이 예쁘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국이 TV 드라마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잘 만든다는 것은 결국은 사랑 이야기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사랑 이야기는 첫째 ‘애절’해야 심금을 울리게 마련이다. 어느 정도 슬픈 데가 있어야 맘에 와 닿는다는 말이다. 가만히 보면 한국 사람들의 사랑에는 3가지의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아무래도 심청이 같은 사랑이어야 하겠다. 심청이가 동냥젖으로 날 길러준 앞 못 보는 홀아비 우리 아버지 눈뜨게 해달라고 임당수 바다귀신에게 울며 비는 장면은 그 어느 누구도 눈을 적시지 않을 수가 없다. 둘째는 뭐니 뭐니 해도 춘향이다. 천하절색으로 마음도 비단결 같아 걸인이 되어 돌아온 이도령을 싫다 못하고 옥에서 곤장 맞아 죽어가는 신세에도 일편단심 도령님의 성공을 비는 마음은 한국 여인의 절정이다. 끝으로는 아무래도 황진이가 될 것 같다. 그 모든 선함과 아름다움 위에도 그것을 적절하게 음미할 줄 아는 멋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청이, 춘향이, 황진이는 한국 여성의 얼이라 하겠다.
<신경내과 전문의 겸 UCLA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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