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영(취재 2부 기자)
한인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뉴욕타임스는 ‘A Heated Campaign for a Ceremonial Post’라는 제목으로 이 선거를 두면에 걸쳐 할애하며 이례적으로 크게 보도했다. “공직이 아닌 명예직을 위해 3명의 후보들이 큰 액수의 자비를 들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열기도 뜨겁다”는 요지의 기사는 어느 민족보다 ‘단체(association)’를 생활의 중심으로 하는 한인 커뮤니티의 특수성을 자세히 설명했다. 요컨대 이 기사의 어조는 ‘흥미’와 ‘관심’이었다.
이 기사의 내용대로 한인들은 교회, 직종, 동창, 고향 등 무수히 많은 고리를 서로 연결해서 ‘모여서 생활’한다. 미국에서도 지나치게 민족적인 동질성을 유지하고 폐쇄적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짧은 시간동안 한인 사회가 발전해 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 많이 인용된 퀸즈 칼리지 민병갑 교수의 최근 저서 ‘뉴욕의 한인 청과상’이란 책도 맨손으로 청과시장에 뛰어든 한인들이 ‘청과협회’라는 구심점을 통해 인종적 차별과 도매상의 횡포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이 책 역시 NYT에서 자세한 서평을 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날 뉴욕의 한 일간지 특파원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한인회장 선거’라는 제목으로 NYT 기사 내용을 한국에 전했다. 이 특파원의 기사는 신문은 물론 인터넷에도 실리고 ‘야후’에는 인기 기사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 기사의 내용은 “NYT가 한인회장 선거를 정말 우스운 짓거리라고 씹었고 뉴욕 한인들도 무척 부끄러워한다”라는 것이다.
기자는 NYT 기자가 아닌 바로 이 글을 쓴 한국 특파원이 한인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유학생 시절 기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기자는 방을 구할 때나 중고물건을 살 때만 신문을 사서 나머지 섹션은 모두 거들떠보지도 않고 ‘본국지’와 스포츠만 훑어보곤 했다.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뉴욕에 왔을 뿐 이곳 한인사회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 모든 모습이 마치 70년대 한국처럼 촌스러워보였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지 않고 단지 몇 년간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처럼 한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변변치 않아 보일 수 있다. 미국까지 와서 자기들끼리만 모이고 자기들끼리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우습게만 보일 것이다. NYT 기사는 바로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한테만 그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연 1만5,000명의 한인들은 국제적인 망신거리 행사에 기꺼이 동참한 셈인가? 뉴욕타임스는 30
일 또 한 번 한인사회를 조롱하기 위해서 사상 처음으로 한인회장 선거 결과를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한 것인가?
이 특파원이 표현한대로 NYT 기사의 어조가 한인회장 선거 및 모임 만들기 좋아하는 한인들의 성향을 ‘난도질하고’, ‘까발리고’, ‘비아냥거리고’, ‘꼬집었는지’는 독자들이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http://www.nytimes.com/2009/03/28/ny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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