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18 광주 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스물아홉 해가 되고, 백범 김구 선생이 돌아가신지 예순 해가 된다. 모처럼 김구 선생이 쓰신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와 백범일지를 다시금 읽으며 내내 가슴이 뭉클하여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몄다.

선생께서 1947년에 쓰신 글인데 세 해 뒤에 우리 겨레에 닥칠 전쟁을 미리 아시고 걱정하신 듯 했다. 민족교육에 크나큰 뜻이 있으신 선생께서 오래 사셨더라면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는 아름다운 민족으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선생께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갖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 민족은 본디 이웃과 덕을 나누며 함께 즐거워하는, 어질고 점잖은 백성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에게 참말로 그런 아름다운 문화가 있었는지 궁금할 만큼 요즈음 우리 살림살이는 거칠고 메마르기만 하다.

선생은 또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려면 누구든지 자유로운 사상을 펼칠 수 있는 기틀을 세워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하나 하나가 성인(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민족교육을 이루자고 강조하셨다.

서로 겨루어 남을 누르기보다는 동포와 이웃과 어깨동무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에 교육자들과 학도들이 한마음이 되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어려운 일은 내가 앞장서고 즐거운 일은 이웃에게 양보하는, 그런 문화를 꽃피워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것이 선생의 바람이었다.

이제 우리는 비뚤어진 채 자라온 ‘빨리빨리’ 같은 문화는 뿌리를 뽑아내고,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아름다운 문화를 새로이 심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라는 태도를 버리고 서울은 못 가도 좋으니 바르게 가야 한다.

언젠가 어느 권사님이 3,000달러만 주면 깨끗한 저소득층 아파트에 빨리 들어갈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럼, 돈 3,000달러를 주고 내 앞에 줄 서 있는 사람을 새치기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화난 목소리로 말하니까 “누구나 다 그렇게 하는데요, 뭐.” 하며 오히려 나를 답답해했다.

바르게 살기, 양보하기,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쓰기, 우리 말 쓰기 운동 등은 아름다운 문화를 만드는 일이면서 곧 이웃과 자연을 사랑하는 일이다. 독도와 고구려 역사도 지켜내야 하지만 잊혀진 옛 문화를 다시 찾고, 새로운 문화를 심으며 가꾸어 꽃피우는 일도 바로 우리 동포들에게 떨어진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르신들이 몸 바쳐 흘리신 피와 눈물 값으로, 오늘도 맛있는 밥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집에서 단잠을 자고 나올 수 있었다.


준 신/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