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중국사람(대만)과 결혼한 지 2년 넘어 작년에 딸아이를 낳았다. 늦은 소주를 볼 우리 부부는 해산 걱정과 기쁨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유난히 큰 배라 걱정을 했지만 9월 중순 청명한 가을 제왕절개로 예쁜 여아를 낳았다.
딸과 사위는 갓 태어난 아가를 어쩔 줄 모르며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보고 만지고 또 보며 나를 보았다. 35년 전 딸을 낳고 서울에 계신 우리 엄마를 그리며 쩔쩔 매던 생각을 뭉클 떠올렸다. 뉴욕 퀸즈 종합병원에서 친정 식구 하나 없이 아기를 낳아 키우던 감동과 추억들이 머리를 스치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를 보던 딸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왜 울어?” 한참 후 나는 “감사하고 기뻐서…”하고 답했다. 첫 아기를 안은 엄마의 신기함과 기쁨, 아가에 대한 애착과 사랑, 어떤 말을 해야 가장 좋은 표현이 될까. 딸은 나보다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양가 부모, 삼촌, 이모, 고모, 친구들, 직장 동료들 축복 속에 아기를 맞으니 나보다 복이 많은 것 같다.
딸과 사위는 아기의 이름을 Sunny Brooklyn 이라고 지었다. 서니는 가장 친한 친구와 첫 여아를 낳으면 붙여주기로 약속했고, 브룩클린은 그곳에서 신랑을 만나 지었단다.
“내 생각에는 여자 이름이 강한 것 같아. 세미(世美)는 어때?” 그러나 다 뜻이 있고 작정한 자기 아이 이름인데 무엇으로 말릴까. “엄마는 그렇게 부르세요. 예쁘네…” 한다.
시댁 어른들은 Autumn Jade, 가을에 얻은 보석이라며 ‘츄우이’ 라는 중국 이름으로 부르신단다.
이름도 애칭도 갖가지. 귀염둥이, 오동통, 알토란, 짱구… 우리 집에선 이렇게 부르고, 중국말은 액센트가 강해 셰퍄페 츄우이 하며 수선스럽다. 이말이 귀염둥이란다.
이러다보니 Sunny, 세미, 츄우이, 이름이 셋이다. 아가도 혼돈이 되어 무엇이 자기 이름인지 몰라 할아버지가 ‘짱구’ 하면 쳐다본다. 데이케어 센터에 보내기 전에 이름을 통일해야 될 것 같다.
금년은 봄비도 잦고 유난히 날씨가 좋다. 손녀가 오면 공기 맑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돌다보면 아가의 방긋 웃는 미소와 옹알이가 햇살과 함께 은퇴한 우리 부부에게 종합 비타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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