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자 있을 때는 그렇게 똑똑하던 사람이 군중 속에 있으면 바보가 되는가.” 골드만삭스에서 40년 넘게 투자 전문가로 일했던 로버트 멘셜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군중의 광기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했다.
멘셜의 물음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형 사기사건을 접할 때마다 우리에게도 똑같이 다가온다. 지난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메이도프 사기사건이 터진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번에는 한인들이 주도한 금융사기가 터졌다. 희대의 사기꾼이었던 메이도프 사건 당시 이런 수법의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성 기사들이 이어졌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또 다시 같은 수법에 걸려들었다.
조금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현실일 수가 없는 약속들을 내건 사기사건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은 왜일까. 경제학자 갈브레이스는 미국이 19세기부터 20년 단위로 은행공황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조금 흐르면 사람들이 이전의 경험을 다 잊어버리고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사기사건도 짧은 기억력에 의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거기다 탐욕까지 끼어들어 기억력이 더욱 짧은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멍청하게 당했지만 나는 다르다는 자기 인식이 사기의 덫에 걸려들게 만든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이 사기사건의 각본에 따라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면 이성이 마비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사례들은 끝도 없다.
1720년께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영국의 ‘사우스 시 컴퍼니’와 프랑스의 ‘미시시피 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들은 해외 노다지를 내걸고 주식을 팔았다. 사기꾼들의 허황된 약속에 속아 넘어간 투자가들이 몰리면서 이 회사들의 주가는 각각 1,000파운드와 2만루블을 호가했다. 그러다 사기행각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하루아침에 68%와 99% 폭락했다.
그렇다면 사기꾼들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너무나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로버트 멘셜은 건전한 개인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군중이 지닌 힘의 옳고 그름은 결국 각자가 내리는 개인적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갈 것인가, 아니면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진실의 잣대를 끊임없이 꺼내서 살피고 확인할 것인가. 금전적인 결정이든 취향의 문제이든, 정치적 위기이든 유행의 바람이 불 때이든 중요한 것은 밖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력을 차단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또 사기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웹사이트도 많이 개설돼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면 피해자들의 사례와 사기 유형, 그리고 사기성 판별법 등 다양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몇몇 소개하자면 www.scamvictimsunited.com, www.fraudaid.com, www .scamwarners.com 등이 있다.
사기꾼들은 이렇게 말한다. 멍청한 돈은 어디에나 있고 거품은 계속된다고. 나도 언제든 사기의 유혹에 걸려들 수 있다는 경각심을 한시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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