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 조모씨는 지난 6월 초 ‘크레이그스 리스트’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콘도 입주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냈다. 사흘 후 입주를 원한다는 이메일이 들어왔다. 이메일 발송자는 자기가 네덜란드에 사는 대학 교수이며 LA의 박물관 교환 프로그램에 의해 미국에서 6개월 내지 1년 정도 거주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믿을 만한 입주자라는 판단에 조씨는 첫 달 렌트비와 한 달치의 시큐리티 디파짓, 그리고 크레딧 리포트를 요구했다. 그러자 상대는 “네덜란드에 살기 때문에 크레딧 리포트는 힘들고 대신 시큐리티 디파짓을 두 달치 내겠다”고 제안한 후 한 가지 요청을 덧붙였다.
미국에 도착하면 바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 가구회사에서 가구를 구입하고 배달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자기가 보내는 돈에서 렌트비와 디파짓을 뺀 가구구입 금액을 가구회사로 보내주고 가구가 도착하면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사진이라며 한 여성,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와 같이 찍은 사진까지 보내 왔다.
그러마하고 조씨가 응답 메일을 보내자 며칠 후 페더럴 익스프레스로 시티 내셔널 뱅크의 9,500달러짜리 수표가 배달됐다. 이 액수 가운데 가구회사로 보내 달라고 요구한 액수는 2,700달러. 조씨가 “수표가 클리어 되는데 며칠 걸릴 것”이라고 밝히자 상대는 “지금 보내야만 가구 구입이 취소되지 않는다”며 가구회사 구좌로 당장 돈을 송금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거래하는 한인은행에 가서 수표를 보여준 조씨는 위조수표일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시티 내셔널 뱅크를 직접 찾아가 위조여부를 확인했다. 감식 결과는 라우팅 번호가 하나 틀린 가짜 수표로 판명 났다. 조씨는 수사를 위해 은행에 사기꾼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넘겨주었다.
조씨가 걸려들 뻔했던 사기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위조수표 사기의 한 사례이다. 가장 전형적인 수법은 피해자들에게 이메일로 접근해 현지에 구좌를 개설해 거액의 국제수표를 입금시켜 주면 돈의 10%를 커미션으로 주겠다고 구슬리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보통 3,000~4,000달러 정도의 돈을 먼저 요구하는데 사기꾼들은 은행이 입금된 수표가 처리되는데 며칠 걸리는 점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 위조수표 하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나 최근에는 네덜란드가 새로운 사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얼마 전 인터폴에 의해 체포된 국제 위조수표 사기범들 가운데 나이지리아에서 체포된 사람은 16명이었던데 비해 네달란드에서 체포된 사기꾼은 무려 60명에 달했다. 조씨에게 접근한 사기꾼도 자신을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기가 널리 알려지고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데 ‘크레이그스 리스트’를 이용해 접근하고 가족사진까지 보내 신뢰를 사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어수룩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이런 사기는 근절될 수 없다. 나이지리아와 네덜란드에서 날아오는 이메일이라면 아예 읽어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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