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글의 제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순서겠다. 이 제목은 2005년 8월 5일 본보 한국지면에 실린 고종석 칼럼에서 차용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동안 수차례 망설이며 주저하다 이 ‘환멸’이란 단어를 사용할 기회를 찾지 못해오다 이번 LA평통 분란을 지켜보며 지금이 적절한 기회라고 판단했다. 사실 고씨가 이 단어를 사용했던 시기는 2005년 노 전대통령이 급속히 우경화하던 때로 ‘환멸’이란 단어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깊은 실망과 좌절감의 다른 표현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지난 4일 차기 LA평통 위원 인선결과 공개 후 아직까지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평통 인선 불공정 시비를 보면서 평통에 대해 아예 환멸감을 느낀다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평통 인선을 두고 2년 마다 반복되는 온갖 뒷소문과 마타도어에 넌덜머리가 난 터여서 평통 인선시비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이번 인선과정은 해외 한인사회에서 평통이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재외동포 참정권이 복원되면서 평통위원이 마치 한인사회의 지역대표가 되는 것인 양 오도하는 분위기나 이번 인선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구태 역시 이들의 ‘평통 환멸’에 힘을 보탠다. 특히 10년 만의 정권교체 후 이뤄진 이번 평통 인선 과정은 한국정부의 일방적 독단이 지나쳐 인선에 대한 불만 수위가 예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차기 평통위원에 임명된 인사들이 스스로 나서 불공정한 인선이라 주장하며 자진사퇴를 공개 선언했는가 하면 불공정 낙하산 인사를 주도했다며 총영사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평통위원에 임명된 LA인사 13명은 최근 한국 국회의원 299명 앞으로 진정서를 보내 이번 인선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등 평통 인선 시비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
평통 인선 발표 직후 공개 사퇴를 선언한 주 조세형평국 미셸 박 위원의 한국정부에 대한 직격탄은 한국정부에는 뼈아픈 상처가 되고 있다. 박 위원은 “이번 인선을 통해 한국정부는 과거 권위주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형태를 보였다”며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통박, 인선시비의 원인이 한국정부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평통 논란에 동포사회가 새삼스럽게 왜 ‘역사의 시계바늘’운운하며 ‘환멸’하게 되는 지를 자성해봐야 한다.
군사정권이나 권위주의 정부 시절처럼 일방통행식 지시 관행으로 동포사회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인식수준에서 탈피할 때 달라진 한인사회를 바로 인식할 수 있다. 평통 시비에서 출발한 동포사회의 ‘환멸’이 정부에 대한 냉소와 불신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에 한국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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