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X세대’(Generation X)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60·7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쿱랜드의 1991년작 동명 소설이 이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기성 베이비붐 세대와 80년대 이후 태어난 신세대 사이의 소위 ‘낀 세대’로 분류되는 이들은, 그 앞뒤 세대들과는 분명히 이질적이지만 그렇다고 뭔가 마땅히 정의할 용어가 없어 그냥 X로 붙여졌다는 풀이도 있다.
한때의 유행어였다가 Y세대, N세대 등에 눌려 뒷전으로 밀렸던 이 말이 요 며칠 새 다시 등장했다. 지난 25일 우연히도 같은 날 운명을 달리한 가수 마이클 잭슨과 여배우 파라 포셋의 사망 소식과 함께다. 이 세대에 속한 몇몇 칼럼리스트들이 자신들의 ‘아이콘’을 잃었다고 애도하며 이 두 스타의 죽음을 세대적 상실감과 연결시키고 있었다.
파라 포셋은 X세대의 상당수가 청소년기이던 70년대말 TV시리즈물 ‘미녀 삼총사’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리고 빛나는 금발과 환한 미소를 담은 원피스 수영복 차림의 유명한 포스터 한 장으로 일약 청소년들의 우상이 됐다. 요새 식으로 말하자면, 당시 10대 남자아이들과 청년들의 ‘로망’이요, X세대의 원조 ‘국민배우’였던 모양이다. 당시 대부분의 틴에이저 사내아이들 방에 걸려 있었다는 포셋의 이 사진은 모두 1,200만장이나 팔려나가 마릴린 먼로의 포스터 판매 기록을 능가했다고 하니, 당시의 그녀의 인기가 어떠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의 경우는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견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 수퍼스타였으니, 그를 X세대만의 아이콘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음악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세계적으로 1억장 이상이 팔렸다
는 ‘스릴러’ 음반 등 숱한 기록도 기록이지만, 지금은 너무 흔해진 댄스 중심의 공연과 뮤직 비디오 시대를 본격 열어젖힌 게 바로 그였다. 하지만 잭슨을 ‘팝의 황제’ 반열에 올려놓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온 80년대 초가 X세대들이 가장 감수성 넘치고 혈기왕성한 10대·20대를 지낸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X세대가 잭슨의 음악과 춤을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느낀 세대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들 두 스타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 X세대들에게 상실감으로 다가가는 것은, 그들이 향유했던 포셋의 찬란한 종이 포스터 사진과 잭슨의 ‘스릴러’를 듣던 LP판이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로 밀려난 것처럼, 자신들이 이제는 다 자란 어른임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혹의 나이를 넘은 기성세대가 됐음을 별안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꼭 미국 X세대들의 감회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미국에서 유난히 유명인들의 급작스런 죽음 소식이 많은 요즘이, 역사의 흐름이 한 구비 소용돌이로 굽이치는 바고 그 순간이 아닌가 새삼 느끼게 한다.
김종하/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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