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코 델타 아시아(BDA)는 마카오에 있는 자그마한 은행이다. 마카오 내 은행 순위로 쳐도 규모 10위로 직원 수 100여명에 불과하다. 이 은행이 한 때 세계적인 뉴스의 중심에 선 일이 있다.
미국 정부는 2005년 이 은행이 북한 자금을 돈 세탁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이나 금융 기관이 이 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자 너도나도 앞 다퉈 이 은행에서 돈을 빼가기 시작했고 BDA는 문 닫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마카오 당국이 개입해 이사진을 정부 관리로 갈아치우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이를 지켜본 다른 마카오 은행들은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했고 2,500만 달러 상당의 북한 자금이 동결됐다.
액수는 작았지만 이 사태가 북한에 미친 영향은 컸다. 당시까지 6자 회담에서 배짱만 튕기고 있던 북한이 갑자기 협상에 성의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자금 동결 해제를 핵 폐기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국 정부는 이 돈을 풀어주는데도 애를 먹었다. 나중에 다시 말썽이 날 것을 두려워 한 은행들이 아무도 이 돈을 받지 않으려 해 지구를 빙빙 도는 방법으로 자금을 회전시킨 후에야 간신히 북한에 되돌려 줄 수 있었다.
일단 돈을 받고난 북한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태연자약하게 약속을 어기고 핵 실험을 재개해 6자 회담은 사실상 파탄이 났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확실히 안 게 하나 있다. 북한이 돈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가 하는 점이다.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두 축은 코냑과 강제 수용소다. 말을 안 듣는 자는 수용소에 가두고 충복에게는 코냑을 하사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북한은 세계에서 고급 코냑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의 하나다. 코냑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다. 마약을 팔고 위조지폐를 만들어서라도 북한은 외화를 벌어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한다. 연방 재무부는 17개 북한 은행과 기업을 타겟으로 자금줄을 죄고 있다. 이들은 대량 살상 무기 자금과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의 생명선이다.
그 첫 조치로 재무부는 30일 이란에 본부를 둔 홍콩 일렉트로닉스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와 관련된 미국 내 은행 구좌나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들은 이와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 회사는 북한 미사일 확산의 주역인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유엔은 이미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을 금하고 있으며 안보리는 무기 밀매에 관련된 12개 북한 기업과 북한인에 대한 제재 조치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거두려면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지난 번 BDA 때는 중국이 도와줘 효과를 봤다. 그 때보다 훨씬 강도가 센 이번 제재에 중국이 얼마나 동참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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