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연방상원 법사위에서 시작된 소냐 소토마요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장에서 소토마요는 백발의 홀어머니를 의원들에게 소개했다. 미국에 이민와 자녀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 낼 수 있도록 모진 고생 속에서 희생을 아끼지 않은 홀어머니를 딸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청문회장에는 소토마요의 쌍둥이 조카들도 참석해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고모의 청문회를 지켜봤다.
인준 청문회장에 지명자의 가족들을 초청하는 것은 연방의회의 오랜 관례이다. 지명자는 가족들을 상원의원들에게 소개하고 가족들은 지명자가 청문회에 잘 임할 수 있도록 격려를 보낸다. 지난 4월 열렸던 고흥주 국무부 법률 고문 인준 청문회장에도 어머니인 전혜성 여사 등 가족들이 나왔다. 미국에서 인준 청문회 대상이 된다는 것은 고위직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철저한 1차 검증을 통과했다는 말이 된다. 그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 되기에 충분하다.
개인 주변에 대한 조사는 지명이 이뤄지기 전 철저하게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청문회에서는 업무 수행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후보자 신상에 대한 폭로와 추궁, 그리고 고성이 오가는 한국의 인사청문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된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직 후보에 대한 검증기간은 보통 50일 안팎이다. 후보자의 재정 상태와 윤리 문제, 세금 내역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절대로 지명을 서두르지 않는다. 단 며칠 만에 검증을 마치는 한국의 시스템과 다르다. 그리고 청문회도 시한을 정해 놓지 않고 진행되다 보니 지명에서 인준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인준 청문회는 공직자에 대한 자질을 검증하고 대통령에 쏠려 있는 권력으로 인한 민주주의 훼손을 막자는 취지로 시작된 제도이다. 이런 취지에 부합하려면 졸속은 금물이다. 그래서 미국의 인준 청문회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 하루 만인 14일 결국 사퇴했다. 뚝심으로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것이 한국의 인사 청문회인데도 낙마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상에 하자가 많았음을 뜻한다. 지명 발표 전 검증이 얼마나 부실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이렇듯 기본 검증이 부실하다 보니 인사 청문회장에서 다시 1차 검증이 이뤄지게 되고 당리에 휘둘리는 의원들의 무조건 감싸기와 무차별 공격으로 청문회 본연의 기능이 실종되는 것이다.
이번 천성관 낙마를 계기로 한국의 고위직 인선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두르지 않는 철저한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도덕적인 검증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인사 청문회장에서의 쓸데없는 정치적 공방을 줄일 수 있다.
후보자는 가족들 앞에서 청문회를 한다 해도 정말 떳떳할 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지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도리이다. 한국에서는 언제쯤이나 가족들을 초청한 인사 청문회가 가능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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