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가능케 한 종이와 나침반, 화약은 모두 중국이 발명했다. 그러나 ‘스스로 가는 차’인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수회 신부였던 페르디난트 페어비스트는 1672년 청나라 황제를 위해 증기기관으로 혼자 가는 차를 만들어 헌정했다. 운전사나 승객을 태울 수 없는 장난감이었지만 분명 ‘스스로 가는 차’였다.
사람을 태우고 운송 수단으로 기능하는 차를 처음 만든 사람은 지금도 고급차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벤츠 자동차를 만든 칼 벤츠였다. 1883년 그가 만하임에 세운 벤츠사는 뒤에 다임러가 차린 다임러 자동차와 합쳐져 다임러-벤츠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가 ‘시민의 발’로 자리 잡으며 국민 생활방식을 뒤바꿔 놓은 곳은 미국이다.
헨리 포드가 모델 T 대량 생산에 성공하면서 자동차는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필수품으로 변모했고 프리웨이와 모텔(모터 호텔) 등 지금도 미국의 상징인 자유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냈다.
제2차 대전 후 50년 이상 계속돼 온 ‘자동차 왕국’ 미국의 아성은 70년대 일본차의 진출과 함께 도전받기 시작했다. 처음 일본차는 조롱거리였다. 크고 화려한 미국 차에 비해 작고 초라한 일본차는 경쟁 상대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고장이 잦은 미국차에 비해 우수한 일본차의 성능이 입증되고 마침 터진 오일 쇼크와 함께 연비가 높은 차의 수요가 늘어나자 일본차는 조금씩 미국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90년대 미국 차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거기에 한국 차까지 가세, 미국 차의 몰락은 가속화됐고 급기야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였던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을 신청하는 수모를 겪었다. 두 회사 모두 파산에서 빠져 나와 새 출발을 시작했지만 이들이 과연 옛날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 지는 그야말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전망이라 한다.
차 구입 시 세제 혜택 등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올 중국 자동차 판매 수는 1,100만대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미국은 불경기로 전년에 비해 판매가 35% 줄어들면서 970만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가 과포화 상태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아직 무진장한 내수 시장이 있어 앞으로도 두 시장의 순위는 뒤집히기보다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자유 경쟁이 있는 시장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자만이 조금 더 영광을 누릴 뿐이다. 자동차가 탄생한 중국이 자동차 강국으로 떠오르는 모습은 역사가 한 바퀴 돌았음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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