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이곳 동부 지방의 여름은 예년에 비해 덜 덥다고 한다만, 대낮의 도시는 축 늘어진 녹음과 아스팔트의 열기로 가득하고, 모두들 휴가를 떠나버린 DC의 빈자리는 이 땅을 사랑하는 관광객들로 채워져 도심은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기에 차 있다.
아직도 후끈거리는 이른 저녁, 단골이 떠난 우리 스시바의 빈자리에서 만난 낯선 여행객들이 서로의 맥주잔을 부딪친다. “Wonderful DC”를 환호하며 더위 따위는 아랑곳없이 여름밤을 즐기는 것도 한 여름 도시의 ‘스시 문화’일 것이다.
아나폴리스 해군 사관학교를 둘러보고 요트를 타고 체사피크 만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바다 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 부표가 보이는데 바로 이제부터 그 살이 단단히 박힐 블루 크렙의 철 그물이 던져져 있는 표시이며, 곧 도착하는 베이브릿지를 넘어 크렙 집에 앉아 망치질을 해 가며 깨 먹는 블루 크렙의 맛 또한 이 여름 중부에서 온 여행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어느 여름날의 추억일 것이다.
한국의 최근 여름은 바다가 이상 기온으로 예년과 다른 수온차를 보이면서 고기떼의 회유 장소가 바뀌거나 어장이 엉뚱한 곳에 형성되는 바람에 전자 장비에 의존하는 젊은 선장을 제치고 바다에서 평생을 물고기와 함께 한 늙은 어로장들이 고기떼를 추적하면서 그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할 때다.
이 여름 스시바는 흑돔, 병어, 송어, 문어, 전복 등이 맛있을 때인데, 특별히 한 여름의 기념비적인 스시라면, 일본이면 후지노미아(富土宮) 인근 산골짜기에 들어가 수백 년 된 수목의 그늘 아래 앉아서 후지산 밑자락에서 뿜어 나오는 용천수의 차고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멀리 흰 눈이 덮인 후지산 정상을 바라보면서 먹는 무지개 송어(나지마쓰) 맛이 한 여름 밤의 꿈만큼이나 추억거리 일터이고, 한국은 산수가 뛰어난 화천댐 아래서 시원하게 쏟아 내리는 댐 물의 낙차 큰 소리를 온몸으로 적셔 들으며 토담집 마당에 멍석을 펴 놓고 먹는 황소가리 회가 으뜸일 테다.
더군다나 황쏘가리 쓸개는 여름 최고의 보신약재라 그러지 않는가! 또 강원도 감포 앞바다 깊은 곳에서 전복을 따는 머구리(잠수부)들은 이때쯤이면 흑돔이 그 단단해진 머리 혹으로 바위에 붙은 전복을 일격에 깨부수고는 그 살을 빼 먹는 진풍경을 볼 수 있을 터이고 이 날 밤에는 바닷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는 흑돔의 무용담을 들으며 도미축에는 끼지도 못하는 흑돔이 이 여름 최고의 횟감이라고 떼를 쓰는 즐거운 추억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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