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와 남다른 인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83년 6월 시국강연회엔 3천여명 참석하기도
지난 18일 서거한 대한민국 제15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은 다른 전현직 대통령들과는 달리 시카고와 유독 인연이 깊은 인사다. 그는 1950년 장면 당시 부통령이 이끌던 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입문 한 후 향년 85세로 세상을 뜨기전까지 여러 번에 걸쳐 시카고를 방문했다.
DJ는 지난 1973년 4월 28일 처음 시카고를 방문, 세인트 이그나티우스교회에서 시국관련 특별강연회를 가졌다. 행사 준비위원이었으며 DJ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최명상 전 호남향우회장에 따르면 DJ는 당시 워싱턴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1971년 대선에 출마,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낙선한 DJ는 72년 신병 치료를 위해 동경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동경에 머무르던 중 한국에선 유신의 바람이 팽배, 한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73년 1월 워싱턴으로 망명했다. DJ의 시카고 방문은 바로 이즈음 평소 그와 친분이 있던 시카고 한인들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특별강연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는 최명상 전 호남향우회 회장을 비롯 박홍 신부, 이인원씨 등이다. 이 강연회는 DJ의 해외 활동을 막는 한국 정부와 DJ의 정치철학에 반대하는 일부 시카고 한인들의 반대에도 불구, 무려 80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DJ는 이 자리에서“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은 영구 집권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명상 전 회장은 “시국강연회에 즈음, 안내 포스터를 한인사회에 갖다 놓으면 그 다음날 반대하는 이들이 이를 모두 치웠다. 당시 한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특별강연회에 대한 내용은 언론에 실리지도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800여명이 참석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었다”고 당시를 회고다. 그는“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 분이 바라셨던 것은 민주주의 정착과 한반도 통일 밖에 없다”며 “거짓과 독재, 고문이 없는 천국에서 영생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DJ는 시카고에서의 강연 후 워싱턴에서 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연합(민통련)을 발기한 바 있다. 그후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위한 단체 창립을 추진하던 중 한국 정부 기관에 의해 납치돼 동교동 자택에서 감금생활을 한 바 있다.
DJ는 1983년 6월 25일에도 레인텍고교에서 시국 강연회를 갖기 위해 시카고를 찾았다. 당시 DJ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끌던 신군부가 집권한 직후인 1980년 7월, 내란 음모죄로 사형 선거를 받고 복역 중 1982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나 워싱턴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던 중 시카고를 방문했다. 행사 준비위원으로는 위원장이었던 이재현(작고) 전 웨스턴 일리노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비롯 부친 때부터 DJ와 인연을 맺고 있는 다우너스 그로브 거주 김종웅 전 민통련 시카고지부 위원장, 정상균 목사, 곽노순 목사, 의사인 유일룡씨, 조광동 전 본보 편집국장, 김양덕씨(사업), 육길원 본보 고문 등이 참여했다. DJ는 무려 3천여명이 모였던 이날 강연회에서“전두환 대통령은 나에게‘대통령 자리만 빼놓고는 뭐든지 줄 수 있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코 양심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반드시 민주주의를 실천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종웅 전 위원장은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여러 곳의 군수를 지낸 나의 부친 고 김영춘씨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버지의 선거를 위해 함께 일하면서 그 분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됐다. 83년 시카고에 오셨을 때는 제가 일일이 안내 해드렸으며 저희 집에서 주무시기도 했다”며 회고했다. 그는“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정치가가 생을 마감하셨다.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친 그 분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웅진 기자
사진: 최명상 전 호남향우회장이 보관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시카고 방문 관련 본보 기사. 사진 속 김 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973년 4월 28일 세인트 이그나티우스교회에서 열렸던 특별강연회에서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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