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달력을 미리 넘겨서 9월의 첫 일요일이 ‘조부모의 날’(Grandparents’ Day)로 명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순간의 감동을 느껴 보았다. 그런 기념일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어머니의 날’ 또는 ‘어버이의 날’은 익히 알고 있었고, 매년 되풀이 되는 행사들을 격어 왔으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날’은 정말로 처음으로 들어보는 신선한 소식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임’이 미국의 기념일을 우리들 이민 생활 속에 되살려 보려는 착안을 가지고 행사를 추진함에 즈음하여 몇 가지 소감을 쓰게 되었다.
이민 생활 속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노년들의 삶이 만족한 분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에 그늘과 고통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년 또는 30년 이상의 이민 생활 속에 청춘은 어느덧 백발이 되었고, 자녀들은 장성해서 결혼 하거나 분가해서 살고 있지만, 지금의 노년이 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은 가지각색의 모습임을 우리는 이웃에서 가까이 지켜보며 살고 있다.
나도 퇴직 후 바로 미국에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 나의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 곁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하는 단 한가지의 갸륵한 생각으로 이민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도 그렇지만, 이곳에 정착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의 모습은 가지각색임을 보게 된다.
“손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면류관이다”라고 성경에 쓰여 있다. 과연 손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면류관이 되고 기쁨이 되고 자랑이 되는가? 샘솟는 샘물처럼 자손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모든 노년의 진정한 마음이다. 자손은 나의 혈육이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값진 선물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음으로써 선대에 이어서 자손들이 존재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불끈 솟아난 것도 아니다. 나의 존재는 그 내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게 마련이다. 아니 그 내력을 더 깊이 생각할 때 내 삶의 연속성을 깨닫게 되고 나의 존재감도 더 생기게 마련이다.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해 보는 날을 정하여 기념하는 뜻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후대에 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전수자가 되는 것이다. 릴레이 계주에서 숨차게 달려와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선수가 되고 싶은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늙어서 짐이 되거나 웃음거리나 골칫거리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세상이 백번 바뀌었어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손의 좋은 본보기로 남아있어야 한다. 내 손자의 소명, 재능, 목적, 성취, 소망을 곁에서 지켜보고 보듬어 주는 것이다. 손자 손녀는 보배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의 응석받이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바로 자연 속에 풀잎처럼 선망 속에 왕성하게 자라고 존재하는 생명력이 손자임에 틀림이 없다. 자라는 생명력은 바로 무지개이고 우리의 소망이고 기쁨의 원천이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상념 속에서 2009 ‘조부모의 날’ 에 아메리카 코리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 함께 아메리카 드림을 엮어보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은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이 주최하는 계획들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면서, 이것은 어떨까?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들이 손에 손을 잡고 포토맥강을 행진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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