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움직여야 돈이 움직이고 경제가 흐르는데 … ”
요즘 관광업계에서 나오는 푸념이다. 사람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는 원흉은 신종플루.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종플루에 대한 한국의 과도한 경계태세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신종플루 조심하라고 계몽하는 것에 대해서야 누가 뭐랍니까? 그런데 지나쳐요. 미디어들이 너무 경쟁적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도를 하니 이제는 보기도 싫습니다”
LA 한인관광업계의 한 베테란은 말한다. 한국의 ‘냄비기질’이 이번 신종플루와 관련해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신종플루로 거의 ‘난리’가 났다. 개학철에 학교들이 줄줄이 휴교를 하고, 해외여행은 30%가 줄었다고 한다. 비행기라는 막힌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갇혀있는 것도 불안하고, 해외 여행지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어쩌나 겁도 나고 해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가능하면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주 관광업계가 심란해하는 것은 그 여파가 고스란히 이곳 비즈니스에 미치기 때문이다. LA 아주관광의 경우 지난달 한국 고교생 80명 단체 여행단이 마지막 순간에 관광을 취소했다. 교육당국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어도 책임 못 진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오는 10월 예약이 돼있는 관광단 3팀 중 한 팀이 취소를 했고, 나머지 두 단체에서도 빠지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가는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겠다고 관광사측은 걱정한다.
한국 관광객이 미주 관광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걱정은 당연하다. 성수기인 방학의 경우 관광업계 손님의 80%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다. 덕분에 올 여름 2개월 정도는 반짝 경기를 누렸는데, 8월 중순부터 갑자기 썰물 빠지듯 손님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파장은 항공업계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현재 LA에서 인천공항 간 국적기 왕복요금은 900달러 선. 지난해에 비하면 몇백 달러가 내려간 가격이다. 승객이 줄어드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춘 것이다. 경제가 나빠 여행객이 줄어든 데다 신종플루까지 와서 업친데 덥친격이 되었다.
“사업이나 직장일로 출장 다니는 분들은 있어도 여행객은 별로 없다”고 한 여행사 직원은 말한다. 미주에서 한국으로 나가는 승객도 줄기는 마찬가지다.
“주로 할머니들이 자주 한국 나들이를 하셨어요. 그런데 올해 예산부족으로 웰페어가 삭감된다, 한국여행 다니면 불이익 당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할머니들도)움직이지를 않으세요”
사람이 움직여야 돈이 풀리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이제 겨우 기지개를 펴는 경제가 신종플루로 다시 얼어붙는다면 모두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신종플루는 일반 독감 정도의 병이라니 조심은 하되 너무 호들갑스럽게 불안해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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