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기이한 나무가 있었다. 황금빛 열매가 늘 탐스럽게 달려있는 나무 한 가지에는 죽음의 열매가 다른 한 가지에는 생명의 열매가 달려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어느 가지가 죽음의 열매인지 몰랐다. 죽음이 두려워 아무도 그 나무의 열매를 따먹지 못했다. 인도에 오랫동안 가뭄이 들어 모든 곡식과 초목이 말랐으나 그 나무만은 건재했다. 오히려 황금빛 열매를 탐스럽게 장식하고 있었다.
인도의 한 남자가 아들이 굶어 죽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서 오른쪽 나뭇가지 열매를 따서 먹기 시작했다. 아들도 살고 아버지도 살아났다. 아버지는 왼쪽 나무가 죽음의 열매로 알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가지를 자르고 꺾고 분질렀다.
다음날 절반이 잘려나간 나무는 죽어있었고 황금빛 열매는 모두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 일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모든 생명체에는 생과 사(죽음)가 항상 공존하고 있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밤하늘의 별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하듯이 우리 인생길에는 질병, 이별, 좌절, 가난 속에서도 희로애락(喜怒哀樂 )이 점철돼 있다. 때로 최선을 다했어도 오해를 받아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도 생기지만 삶의 역경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이 세상 어디에 근심과 걱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젖을 흡족하게 먹은 아기가 웃듯이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늘 겸허하며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주는 것 같다.
돈이 많아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가난하고 힘든 삶 속에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들도 많다.
인간은 누구나 작은 소망을 갖고 산다. 교회 가면 하나님, 성당에 가면 천주님, 절에 가면 부처님께 모든 소망을 기원한다. 신은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과 불행, 좋은 일과 나쁜 일도 알맞게 섞어 선물을 준다. 비가 오면 비바람이 몰아쳐오고 눈이 오면 눈보라가 몰아치는 것처럼 모든 것에는 자연의 진리가 숨어 있다.
인간은 늘 귀중한 생명을 바라지만 죽음 또한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창밖에 보이는 나무들은 분신인 잎과의 이별하는 몸부림인가 바람 앞에 떨면서도 나뭇잎은 총천연색으로 계절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삶은 무엇이 다른가 만추(晩秋)의 계절, 깊은 사색에 잠겨본다.
채수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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