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별로 유쾌하지 않는 세 사람의 전도자가 기억 속에 남아있다.
첫 번째는 몇 년 전 DC에서 비엔나 역 쪽으로 오는 전철 내에서 만난 전도자다. 양복을 잘 차려 입은 40대 중반의 사내가 찬송가를 소리 내어 부르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뜨거운 성령으로 목청껏 부르는 것 같은데 찬송가가 위력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을 보니 말은 않고 있지만 모두들 달갑지 않은 뜨악한 표정이었다. 더더욱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찬송가가 한국말로 불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주위 사람보기가 민망해 얼른 다른 칸으로 옮기면서 나는 속으로 “이 한심한 전도자야! 제발 잠시 그 열렬한 전도생활을 접고 막내딸이 다니는 유치원에가서 ‘공중도덕을 지키며 살기’ 과목을 다시 배우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두 번째는 내가 다녔던 회사 회식모임의 조촐한 술자리였다. 무슨 얘기 끝에 나이가 나보다 대여섯 살 어린 동료하나가 대뜸 “형님들 교회 나가세요? 라고 묻지 않은가, 다들 생뚱맞게 튀어나오는 말에 머뭇거리고 있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안 나가시면 우리교회 새로 오신 목사님 설교가 정말 좋으니 이번 주부터 우리교회 나오세요 하면서 약도까지 자세히 가리켜 주고 있었다.
기억이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이 취중진담이 아니라 아직은 멀쩡한 정신이었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자리가 냉냉한 기운이 들면서 머쓱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나는 속으로 이한심한 친구야! 제발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술잔을 들고 술자리에서 건배는 몰라도 전도는 무슨 전도냐’라고 어이없어 했다.
세 번째는 어느 잡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아주머니였다. 만난 지 삼사일밖에 안되는데 점심시간에 내 옆으로 바싹 다가앉듯이 밑도 끝도 없이 대뜸 하는 말이 아저씨! 교회나가세요? 라고 물었다. 머뭇거리다가 다 씹지도 않은 밥을 삼키고
요즈음은 잘 안 나가는 데요 하니 “하느님은 영접하셨나요?”라는 준비된 다음 질문이 나왔다. 나는 당황해 “아 다음에 얘기 하지요”라고 대답하면서 다 먹지도 않는 도시락통을 부랴부랴 싸서 식당 밖으로 나오면서 “아이고 불청객 때문에 오늘 점심은 생으로 굶네”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전도는 하느님을 섬기는 신앙인으로서 마땅히 행해야할 덕목의 하나라는 것은 나도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때와 장소를 잘 가리라는 말이다.
또 우리가 지켜야할 대화의 기본상식은 상대방에게 자기의 요구나 충고를 말할 때는 상대가 나의 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제일 좋은 전도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함부로 전도하려는 언행을 지양하고 주일날 교회 안에서만 입었던 하얀 천사의 옷을 그대로 입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세상 속에서도 하얀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생색내지 말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묵묵히 선행 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본받아야할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